당초 목표는 1일 45만t 해평취수장으로 이전이었다.

이번 목표는 그 중 30만t을 해평취수장으로 이전, 28만8천t을 낙동강 표류수 취수(강변여과수가 아님)이다.

전자는 2015년 국토부가 고시한 ‘2025 수도정비기본계획’에 따라 대구시가 추진해온 목표였다.

후자는 환경부가 최근 확정한 ‘2028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의 목표이다. 핵심은 100% 취수원 이전이 소위 ‘취수원 다변화’로 변경된 것이다.

취수원 다변화라는 신조어가 새로이 등장했다. 취수원 중 일부는 이전하고, 일부는 지금처럼 낙동강 표류수를 취수한다는 의미를 포장하기 위해 지어낸 말이다. 이로써 1991년 페놀사태 이후 대구시민이 그토록 염원해왔던 취수원 이전은 아직 이루지 못한 꿈으로 남게 됐다. 대구시민의 3분의 1인 약 80만 명은 여전히 낙동강물을 계속 먹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환경부와 대구시가 하고 있는 일이다.

이러한 내막을 과연 얼마나 많은 시민이 알고 있을까. 취수원 다변화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는 있는 것인가. 취수원 문제는 백년천년을 가야할 과업이다. 체계적 과학적 검증과 시민의 경제적 부담, 지역갈등까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이어야 한다.

당초 목표였던 해평취수장으로의 취수원 이전 수량은 1일 45만t이었는데, 그 양이 30만톤으로 줄었다. 나머지 15만t은 낙동강 취수량으로 남았다. 그런데 낙동강 취수량은 28만8천톤으로 이보다 더 늘어났다. 이는 태생부터 대구의 식수전용댐인 운문댐과 연관이 있다. 강우량이 적어서 발생하게 된 운문댐의 취수량 부족분과 일부 울산 공급분 합 13만8천t이 낙동강 취수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구가 그 부담을 떠안은 것이다. 물론 낙동강 취수 후 정수처리는 고도정수에서 초고도정수로 강화되고, 폐수처리 시설 확충을 추가로 논의할 계획이란다. 낙동강 수질개선을 위해 논의돼오던 구미산단 무방류시스템 도입은 무산되고 말았다.

낙동강 취수장에서 불과 31㎞ 위 구미에 대규모산업단지가 있다. 자연정화가 불가능한 거리다. 낙동강 3급수 취수로 만들어진 대구 수돗물은 유해물질에 언제든지 노출될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2009년 대구 취수원의 이전이 검토되기 시작한 것은 더이상 낙동강 표류수 직접취수는 하지 말자는 염원에서 출발했다. 이번에 대구시가 어물쩍 넘어가면 식수불안 문제는 근원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남게된다. 급기야 홍준표 국회의원이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에게 취수원 이전에 대한 2018년 지방선거 공약을 책임지고 이행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1급수 취수는 선진국에선 당연한 일이다. 낙동강유역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도 그렇게 한다. 광주는 취수원을 1996년 주암댐으로, 서울 강북지역도 2011년에 한강 상류인 남양주로 이전해 진작에 수질불안 문제를 해결했다. 2021년의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안전한 식수는 국민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건강권인 동시에 평등권이다.

1급수 취수를 위한 선진국의 표준은 상수와 하수의 엄격한 구분이다. 전자는 식수로 후자는 농공업용수로 쓴다. 마치 좋은 음식에 좋은 식재료가 필요하듯이 좋은 식수에는 좋은 원수가 필요하다. 좋은 레시피만으로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없듯이 정수기술만으로 좋은 식수를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댐이나 강의 상류, 강변여과 등으로 취수원을 이전하는 것은 변함없는 우리의 목표가 돼야 한다.

4대강 정비사업으로 낙동강 유역에도 이제 수자원이 풍부해졌다. 지역갈등을 피하기 위해 지역 내 1급수 수자원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낙동강 강변여과수, 금호강 유지용수로 쓰고 있는 임하댐물, 그리고 곧 편입될 군위댐물도 고려할 대상이다. 실용적 활용방안만 남아 있다. 도수로만 놓으면 강 상류의 물을 가져다 먹을 수 있고, 강 하류의 물을 상류로 역류시켜 흐르게 할 수도 있다. 이미 도수로를 놓아 임하댐물이 영천댐으로 오고 있고, 신천, 매호천, 욱수천에 금호강물을 역류시켜 흐르게 하고 있음을 눈여겨 봐야 한다.

대구취수원의 이전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취수원 다변화는 대구시민에게 여전히 낙동강물을 먹으라는 명령이나 다름 없다. 분명 지역차별적 처사이다. 시민건강 문제는 중차대한 일이고, 그 해결은 시급하다. 시민들이 바로 알고 일어나야 한다.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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