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과 금호강 기운을 ‘듬뿍’…힐링 관광지 대구 동구

발행일 2021-08-04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뚜벅뚜벅 대구·경북 한 바퀴)<25>대구 동구

팔공산과 금호강 낀 천혜 자연환경 갖춰

고려시대 왕건 등 인문학 콘텐츠도 풍부

민족의 영산 팔공산이 눈으로 뒤덮여 있는 모습.
북쪽으로는 우리나라 최고의 명산이자 영산인 팔공산이 둘러싸고, 앞으로는 대구의 젖줄 금호강이 도시 전체를 감싸듯 가로지른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대구 동구는 분명 저평가된 숨겨진 힐링 관광지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지역 대표 사찰인 동화사를 비롯해 고려 태조 왕건과 관련된 각종 유적까지 인문학적 콘텐츠도 풍부한 곳이 동구다.

환경 그리고 역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즘, 대구 동구에서 맑은 환경과 우리 민족의 소중한 역사에 대해 되짚어보는 것은 어떨까.

단풍이 곱게 져 을긋불긋해진 팔공산 사이로 케이블카가 오르고 있다.
◆민족의 영산 팔공산

해발 1천192m 비로봉을 중심으로 1천167m 동봉(미타봉), 1천150m의 서봉(상성봉)이 병풍처럼 펼쳐진 팔공산은 두말할 필요 없는 대구의 상징이자 민족의 명산이다.

신라 시대에는 부악, 중악, 고려 시대에는 공산으로 불렸다. 조선 시대에 이르러 비로소 팔공산이라는 이름이 자리 잡았다.

신라의 호국정신과 불교 문화, 그리고 왕건을 위해 목숨을 바친 신숭겸 장군 등 팔공산은 신라부터 조선 시대까지 대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팔공산 자락에 자리 잡은 조계종 동화사 전경.
팔공산에는 동화사를 비롯해 수많은 사찰이 산재해 있다. 많은 기암과 계곡이 있어 봄에는 진달래, 영산흥이 피고, 여름에는 울창한 숲과 맑은 물이, 가을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단풍거리가 순환도로를 따라 16.3㎞ 펼쳐진다. 겨울은 설경과 설화가 조화를 이루며 사시사철 아름답지 아니할 때가 없다.

다양한 걷기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동구청은 팔공산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기획 프로그램 ‘팔공산 왕건길 걷기 여행 사업’을 시작했다. 왕건해설사와 함께 거리 곳곳에 숨어 있는 왕건의 역사와 이야기, 역사 명소, 공산전투 등을 듣다 보면 어느새 고려 시대 역사의 현장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봉무레포츠공원에 조성된 나비 조형물.
봉무공원 내 단산지에서 수상스키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
◆시민들의 휴식처, 봉무레포츠공원

불로화훼단지와 불로동 고분군을 지나 팔공로 동편으로 나 있는 진입로로 들어서면 단산지를 중심으로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봉무레포츠공원이 나온다. 각종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시설과 산책로가 마련돼 있으며, 야외공연장, 야영장, 어린이놀이터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봉무공원 만보산책로 정상에 있는 구절송 전망대에 올라서면 팔공산이 파노라마식으로 펼쳐지는 장관을 경험할 수 있다. 한 그루터기에 9개의 줄기가 똑같이 자라는 구절송 주변을 9바퀴 돌면 9수를 넘겨 무병장수하고 자손이 번성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봉무나비생태원은 봉무레포츠공원 내 나비학습관, 곤충생태관, 나비사육장, 나비누리관 등 어린이와 시민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자연학습장과 더불어 현장학습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SNS 등을 통해 인생샷 명소로 떠오른 불로동 고분군 전경.
◆떠오르는 인생샷 명소, 불로동 고분군

금호강이 흐르는 동구 불로동 일대 야산에는 200여 기의 고분군이 있다. 삼국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고분군은 사적 제262호로 지정됐다.

일제 강점기 시절 경북 달성군 해안면에 속해 해안면 고분군이라 불렀지만, 현재 불로동으로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불로동 고분군이 됐다.

불로동 지명의 유래는 고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왕건이 공산전투에 패해 도주하다 이곳에 이르렀는데, 어른들은 모두 피난 가고 어린아이들만 남아 동네 이름을 불로동으로 불렀다는 이야기다.

봉토의 지름은 28m 내외로 높이는 4~7m 정도다. 전체적으로 불로동 고분군은 위치가 구릉이라는 점과 봉토 내부가 돌무지무덤과 비슷하게 축조된 점, 석실이 지나치게 세장한 점 등이 구암동과 내당동 고분군과 유사해 같은 계열임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국적인 인생샷 명소도로 알려졌다. 야간 경관 조명도 조성돼 아양기찻길과 함께 동구 야간관광의 핵심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1호에 빛나는 도동측백나무숲.
◆울창한 숲을 즐기고 싶다면 도동측백나무 숲

무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1호에 빛나는 도동측백나무 숲은 불로동에서 동쪽으로 2㎞ 거리에 있다. 측백나무는 중국에서만 자라는 나무로 알려져 있는데 특이하게 우리나라에서도 집단서식하고 있어 식물 분포학상 학술 가치가 높다. 대구가 낳은 대학자 서거정 선생이 찬미한 대구 10경 중 한 곳이기도 하다.

구청은 수십 년간 방치됐던 이곳에 관광지 특화사업을 진행, 활력 넘치는 관광지로 재탄생시켰다. 올여름은 도동측백나무 숲에서 인생샷을 건져 보자.

국내 최대 연근 생산지 반야월 연밭길.
◆전국 최대 연근 생산지, 반야월 연밭길

전국 최대 연근 생산지인 반야월 연밭길은 사진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연근 면적이 142㏊로 전국 생산면적의 40%를 차지한다.

매년 이맘때(8월)면 연꽃이 만개하는데 그 모습이 가히 장관이다. 드넓은 연근 재배지에 연꽃이 화사하게 수 놓는다. 연밭길 가는 길은 안심로에서 시작되는 길과 농수산로유통공사 쪽 길로 나뉘는데, 반야월 연밭길 연꽃은 우리나라의 자생 홍련으로, 꽃이 대형이며 개체 수가 많다.

반야월 연밭길 일대는 2011년 대구시가 선정한 경관자원 52선 중 한 곳으로, 2012년 조망점 사업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사진 찍기 좋은 녹색명소로도 선정됐다. 인근 안심습지와 금호강과 함께 사계절 습지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생태학습장으로도 인기가 많다.

동구청은 이 일대를 친환경 생태문화공간으로 조성해 동구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아양기찻길에 일몰이 지고 있는 모습.
◆낭만적인 밤을 느끼고 싶다면, 아양기찻길

아양기찻길은 1936년부터 쭉 기찻길로 운영되다 2008년 2월 열차운행이 중단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13년 역사성과 산업문화유산의 가치를 고려해 폐철교를 도심 속 시민문화 여가 공간으로 조성됐다.

아양기찻길은 길이 277m, 높이 14.2m, 연면적 427㎡로 전망대와 갤러리 전시장, 디지털 다리 박물관, 카페 등을 갖추고 있다. 폐철교를 공공디자인과 접목해 복원한 점을 높이 평가받고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상을 받기도 했다.

주변에 십리 벚꽃길, 노래비, 동촌유원지, 옹기종기 행복마을 등이 있으며, 특히 금호강 물결을 따라 아름다운 일몰과 낭만적인 밤을 즐길 수 있는 야경의 명소다.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 촬영지이기도 한 아양기찻길은 연간 50만 명에 달하는 국내외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하는 ‘대한민국 야간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구시민의 휴식처 동촌유원지의 야경.
◆대구시민의 추억이 서린 동촌유원지

금호강변에 있는 동촌유원지는 오래전부터 대구시민이 즐겨 찾는 추억의 장소이다. 여러 가지 놀이시설과 체육시설, 식당, 카페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아양기찻길과 해맞이다리는 이곳의 명물이며, 뱃놀이를 할 수 있도록 유선장도 갖춰져 있다. 도심과도 가까워 여름이면 평일 오후에도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러 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동촌유원지 언덕에 자리 잡은 해맞이 동산은 평소에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용되고 매년 1월1일에는 해맞이 행사가 개최된다. 북쪽 아래로 금호강이 유유히 흐르고 금호강 건너에 팔공산이 웅장한 자태로 서 있다. 동쪽으로는 안심과 멀리 경산이 펼쳐져 있고, 서·남쪽으로는 ‘시티뷰’가 펼쳐진다. 조선 전기 문신인 서거정이 ‘대구 10경’ 중 첫 번째로 꼽았던 절경으로도 유명하다.

해맞이다리는 금호강을 가로지르는 폭 6m, 길이 222m의 사장교로 2011년 개통했다. 동촌의 금호강 서쪽과 동쪽을 연결하는 화합의 다리라는 상징성도 있다. 보행자와 자전거 전용 다리로 많은 시민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400년 전 조성된 둔산동 옻골마을의 모습.
◆대구 백불암 고택, 옻골마을

옻골마을은 동구 둔산동에 소재한 경주 최씨 집성촌으로 현재 20채의 고택들이 어우러져 있다. 마을의 가장 북쪽에 있는 종가는 조선 인조 때의 학자 대암 최동집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지은 주택이다. 대구의 조선 시대 주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건축물(400년)로 안채와 사랑채, 재실, 가묘, 별묘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조선 시대 양반 건축과 그 생활양식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한복 입어보기, 다도 체험 등과 같은 전통문화체험과 고택 숙박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각종 TV 프로그램 및 드라마(하이드, 지킬, 나)에 소개됐다.

옻골마을 초입에는 비보숲이 있다. 수령 약 350년의 아름드리 느티나무 수십 그루가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이 나무들은 마을의 터가 주변보다 높아 금호강 지류가 훤히 내다보이므로 나쁜 기운이 마을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자 심었다고 전해진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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