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거리 에어컨 실외기의 뜨거운 바람은 여름철 대표적 짜증유발 요인이다. 실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풍은 시민들의 삶의 질과 도시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실외기는 모두 관련 법규를 위배해 설치된 것들이다. 국토부의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실외기는 도로면으로부터 2m 이상의 높이에 설치해야 한다. 또 배출되는 열기가 건축물 거주자나 보행자에게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이런 규정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물주도 적지 않다. 시민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는다. 일선 지자체에서는 정기 단속 또는 단속계획을 수립할 조례 등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능동적 단속을 외면하고 있다. 상위법규에 규정된 사항을 하위법규인 조례를 빌미 삼아 체계적 단속을 않고 있는 것이다.

대구지역 구·군에서는 지난 2012년 관련 규정이 강화됐을 때 홍보·계도를 한 적은 있으나 이후에는 민원이 제기됐을 때만 현장에 나간다고 한다. 민원이 제기되지 않으면 단속을 하지 않는다니 황당할 뿐이다.

실제 8개 구·군에서 2019년부터 최근까지 실외기 관련 민원으로 현장 점검을 한 경우는 100여 건에 이른다. 그러나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조치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이는 강력한 불법행위 단속으로 에어컨 실외기 설치의 기준을 지키도록 유도하겠다는 적극적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다.

지난 3일 오후 대구일보의 현장취재 결과 대구 도심거리의 실외기 규정위반 실태는 심각했다. 중구 동성로 로데오거리 등 2.6㎞구간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지상에 설치한 상가가 무려 57곳에 달했다. 한여름 도심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이 곳곳에서 열풍으로 샤워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에어컨은 이제 여름 필수품이다. 오피스빌딩, 상가, 아파트, 주택 등 모든 건물에 설치돼 있다. 실외기 열풍 피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외기는 에어컨 설치에 비례해 매년 크게 늘어난다. 그런데도 지자체에서는 아직까지 단속 근거 타령을 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제까지는 뭐 했나. 근거가 필요하다면 왜 진작에 만들지 않았나.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최근에는 실외기와 관련한 화재도 늘어나고 있다. 과부하와 담배꽁초 등 이물질 투입이 주요 원인이다. 모두 관리 소홀이다. 실외기로 인한 민원이나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관련 규정도 허점이 없도록 세밀히 다듬어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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