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의 동화 ‘세렌디프의 세 왕자’는 전설의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주인공 왕자들은 보물은 찾지 못하지만, 여행 중 우연히 겪는 일련의 사건들로 많은 지혜와 용기를 얻게 된다. 여기서 유래한 말이 ‘세렌디피티(serendipity)’이다. 운 좋은 발견의 법칙을 뜻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하다가 유레카를 외치며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것,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깨달은 것, 플레밍이 방치된 포도상구균 배양접시에서 푸른곰팡이가 자란 부분의 균이 없어진 것을 보고 페니실린을 발명한 것 등이 ‘세렌디피티’를 표현하는 우연한, 뜻밖의 발견이다.

단순히 운이 따라줘서 가능했을까? 세렌디피티의 핵심은 ‘준비된 우연’이다. 행운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우연히 다가온 기회의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끊임없는 고민과 꾸준히 노력해온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재난대비도 마찬가지다.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주변을 살펴 상황을 판단하고,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

지난 2018년에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여름철 전국평균 폭염일수가 31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고, 전국 온열질환자도 4천526명으로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었다. 이를 계기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개정돼 폭염이 자연재해로 규정됐다.

지난 48년(1973년~2020년)간 우리나라 평균 폭염일수와 열대야일수는 각각 10.1일과 5.7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10년(2011~2020)으로 좁혀보면 폭염일수 14.0일, 열대야일수 9.0일이 발생해 폭염의 빈도가 증가추세에 있다.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무더위 쉼터 운영이나 도로 위 열기를 식혀줄 살수차 운행 등으로 즉각적인 온도 저감을 유도하고, 도심 녹지공간 조성, 바람길 연구와 같이 자연적인 폭염 해소를 돕는 장기대책도 동원되고 있다.

기상청은 이런 폭염 대응을 위한 기초 기상자료를 제공하는 한편 폭염의 단서를 가장 먼저 관찰하고, 또 위험정보를 제공하는 파수꾼으로서 폭염 특보와 폭염 영향예보를 운영하고 있다.

폭염 특보는 습도에 따라 느끼는 더위의 정도를 고려해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는 폭염주의보, 35℃ 이상일 때는 폭염경보를 각각 발표한다.

폭염 영향예보는 보건, 산업, 축산업, 농업, 수산양식, 기타(교통, 전력)에 대해서 분야별로 예상되는 폭염 영향 정도를 발표한다. 관심 단계부터 주의, 경고, 위험 총 4단계로 구분하고, 피해 예방을 위한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도록 구체적인 대응 요령을 함께 제공한다.

폭염 정보는 기상청 날씨누리, 날씨알리미앱을 통해 발표하고, 방재 관련 기관에도 통보되지만, 온라인 기반으로 전해지는 정보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폭염에 취약한 노약자, 야외노동자에게도 빠르고 편리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상청은 대구·경북 지자체와 협업해 버스정류장, 지하철역을 비롯한 시내 전광판에 폭염 단계별 대응 요령을 표출하고 있다. 우편 집배 종사자와 야외건설노동자를 대상으로 폭염 정보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폭염에 취약한 노인, 취약거주환경, 영유아 등에 대해서도 정보가 빈틈없이 전달되도록 지역방송사와 협업해 자막방송을 송출하고 지자체 담당자와 민간관리자를 대상으로 문자를 발송해 체계적인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관심만 가지면 폭염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다. 전광판에서, TV 자막으로, 스마트폰 앱으로 폭염 정보를 접했다면 지나치지 말고 유념해서 살펴보자. 관심 있게 지켜보고 실천하는 행동이 폭염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세렌디피티’가 될지 모른다.

박광석 기상청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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