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을 두드리는 빗줄기가 요란하다. 나무 아래 보랏빛으로 피어난 맥문동 꽃이 빗소리에 놀라 고개를 번쩍 세운다. 코로나 시대의 비는 저렇게 느닷없이 내리는가. 푸른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 퍼붓는 빗줄기, 저녁이면 붉게 타오르며 서녘을 물들이는 노을, 이글이글 달아오른 대지의 열기가 날마다 새로운 환경이 다가옴을 알린다.

늘어선 노점상의 분주한 손끝에서 활기를 느끼며 출근을 서두른다. 며칠 사이 부쩍 늘어난 지역의 코로나 확진자 숫자를 보니 방학을 맞은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뒹구는 집에서도, 수험준비가 한창인 학원에서도 무척이나 코로나 방역에 머리가 아플 것 같다.

무엇보다 종일 마스크를 끼고 책을 보고 있어야 하는 아이들이 애처롭다. 아무리 잘 설계된 특수마스크더라도 오랫동안 귀에 걸치고 있어야 하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안경 쓰는 아이들은 호흡으로 인한 습기가 가득해 눈동자마저 잘 보이지 않아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한다. 이제 2년으로 접어들어 하반기를 향해 달려가는 코로나19, 과연 사라지기는 할까 의문이 들 때도 있다. 바이러스에 대항하려면 우리 몸에 항체가 생겨야 하는데 백신을 맞지 못한 사람들이 아직도 많아 예약 스케줄이 안타깝다.

지역에서도 감염자가 부쩍 늘었다. 4차 유행 중인 코로나19, 급성기 감염병으로 여기기보다는 만성 질환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할 것 같다. 질병의 역사를 보면 과거에는 감염성 질환이 많았으나, 현재는 만성 질환이 많아지는 것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의료의 개념이 완치에서 관리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감염성 질환에는 완치라는 개념이 있지만, 만성 질환은 완치의 개념보다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완치는 치료가 되면 그 상황이 종료되지만, 만성의 경과를 취하는 질환은 완치가 되지 않기에 계속해서 관리해야 한다. 관리를 잘하지 않으면 증상이 심해지고 관리하면 증상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도 한다. 그러기에 이런 질병은 우리네 삶과 함께 평생의 동반자처럼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만약 질병을 관리해야 한다면 365일 24시간 동안 이뤄져야 하지 않은가. 그렇지만, 의사가 환자 옆에서 그 역할을 날마다 모두 다 해 줄 수는 없기에 치료의 주체는 의료 전문가에서 환자로 바뀌어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환자 중심 의료 개념도 생겨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도 처음 발생했을 때는 이 질병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어찌 되든 완치 시켜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다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치료에 특효약은 없고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만들게 해 방어하도록 하는 백신은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가 해야 할 최선은 만성 질환의 관리 개념을 도입해 코로나와 동반자(WC: With Corona)처럼 같이 가야 한다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 주체가 돼 ‘거·마·손’(거리 두기, 마스크 쓰기, 손 씻기)하면서 나 자신을 365일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지키는 수밖에.

“코로나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매한가지 아닌가”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코로나 방역으로 더구나 최근 4차 유행으로 인한 거리두기 때문에 경제가 돌지 않으니 정말 굶어서 죽겠다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코로나19, 아무리 힘들어도 가능한 백신을 맞아 항체 생성률 70%를 넘길 때까지는 스스로 관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코로나19, 제아무리 변화무쌍해도, 델타 변이가 아무리 심해도 방역과 감염병의 관리를 일관되게 꾸준히 해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의 지침은 환자가 조금 감소하면 방역을 풀고 조금 증가하면 방역을 다시 옥죄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국민들은 지쳐 있다. 모두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경계가 풀어지면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고 그러면 정부는 방역을 죄는 일을 반복한다. 골프에서 말하듯 냉·온탕을 왔다 갔다 한다.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 아이스 아메리카노(아아)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따아)가 있지 않던가. ‘아아’는 목이 마르면 단숨에 다 마실 수도 있고, 조금씩 나눠 마실 수도 있다. 본인이 양을 조절할 수 있다. 반면에 ‘따아’는 뜨겁기 때문에 단숨에 마실 수 없고 일정량을 조금씩 계속해서 마실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리의 방역지침은 ‘따아’를 조금씩 음미하면서 마시듯이 해야 하지 않겠는가.

현재도 코로나 발생은 ‘신천지’ 때와 환경 변화의 차이는 없다. 환자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환자가 계속해서 발생한다는 것이 방역에서는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모두 꾸준하게 관리하고 방역지침을 잘 지켜서 가을이 찾아오면 어서 빨리 마스크 벗고 멋진 계절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기를.

정명희 (정명희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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