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에 굴할 수 없다’는 인류의 의지는 감동적이었다. 32회 도쿄하계올림픽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넘어서는 인류의 당당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8일 도쿄올림픽이 2024년 프랑스 파리대회를 기약하며 폐막했다. 17일간의 일정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도쿄올림픽은 개막 직전까지 개최가 전격 취소되거나 대회 도중 확진자 급증으로 사상 초유의 대회중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 기우였다.

---205개 IOC 회원국과 난민선수단 참가

대회에는 205개 IOC 회원국과 난민올림픽 선수단이 참가했다. 코로나 팬데믹의 두려움을 떨치고 78억 전 세계 사람들이 기꺼이 함께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도쿄올림픽이 TV중계료 등을 노린 IOC의 장삿속과 올 가을 총선 승리를 겨냥한 스가 일본총리의 정치적 목적이 결합돼 강행된 것이라고 혹평한다. 그런 요인도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일 뿐이다. IOC와 일본정부도 올림픽이 역경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대명제 하에서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빈틈없는 준비로 가야할 길을 가자’는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이 이번 올림픽 개최의 원동력이었다.

도쿄올림픽에 대한 최종 평가는 향후 1~2주간 코로나 확진자 발생 상황까지 살펴봐야 한다. 무관중 경기, 시상식 메달 셀프 수여, 선수단 동선 제한, 각국 정상 개막식 대거 불참, 관광객 입국제한 등의 낯선 모습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상황으로 봐서는 역대 최고의 올림픽 중 하나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참가 선수들의 투혼은 하나같이 감동을 준다. 감동은 선수들의 투혼에만 머물지 않는다. 팬데믹의 악조건을 극복하고 대회를 개최했다는 그 자체도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도쿄올림픽은 어느 대회보다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수지맞는 대회’라고 할 수 있다. ‘인류가 바이러스에 굴하지 않은 올림픽’이라는 평가는 최고의 찬사다. 해외 관광객 입국이 금지되고 경기장 입장권을 팔지 못해 발생하는 경제적 적자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다.

개최의 거창한 의미를 떠나서 도쿄올림픽은 코로나에 지친 지구촌 사람들에게 큰 위안이 됐다. 우리 국민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4차 대유행이 겹친 한여름이다. 델타 변이에 이어 백신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델타플러스 변이까지 생겨났다.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친구도 못 만난다.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런 판에 올림픽 중계는 기막힌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올림픽 개최의 취지가 원래 그런 것이기도 하다.

한계를 뛰어넘는 선수들의 도전정신, 승패 뒤편의 스토리를 접하는 감동과 재미는 무엇과도 비교하기 힘들다. 올림픽이 열리지 않았다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경기장에 관중이 없었지만 중계방송을 보는 입장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관중이 가득 차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경기장이 들썩거렸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무관중 경기도 감지덕지다. 대회를 취소하는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으니까.

---한일·남북관계 개선 못 이어가 아쉬움

우리에겐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가장 큰 것은 최악의 상태인 한일 관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무산된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던 구상은 서로 상대의 양보만을 고집한 양 측의 정치적 계산으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 막판에 터진 일본공사의 망언도 돌발 변수였다. 모두 올림픽 정신과 어울리지 않았다. 정치인들의 한계다. 관계경색 장기화의 피해는 양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코로나를 이유로 내세운 북한의 불참도 못내 아쉽다. IOC 회원국 중에는 북한만 불참했다. 3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때처럼 남북관계를 대화국면으로 전환시켜 나갈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접촉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올림픽은 인류의 축제다. 팬데믹 상황에서 개최된 올림픽은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선택은 주효했다. 도쿄올림픽에서 확인한 ‘불굴의 정신’은 올림픽이 지속되는 한 망각되지 않을 것이다. 도쿄올림픽에서 보여준 인류의 파이팅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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