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을 보니 며칠 사이에 날씨가 많이 변한 것 같다. 속된 말로 입가에 묻은 밥알조차도 무겁게 느껴진다는 삼복더위가 지나고 절기도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를 향해 가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뜨거운 햇살은 여전하고 때와 장소에 따라 생활의 불편함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삼복더위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절기의 변화가 무색하게 뜨거운 열기를 더 해가는 것도 있는 것 같다. 내년 3월에 있을 대선을 앞둔 여야 예비 후보들 간의 경쟁은 특히 더 뜨겁게 느껴진다. 군웅할거(群雄割據)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유독 많은 대선 예비 후보자들이 경쟁에 참여했고, 앞으로도 참여가 기대되기 때문에 여야 모두 대선 후보자를 선정하는 경선 과정이 뜨겁게 달궈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그런 과정이 있어야 제대로 된 대선 후보자를 선정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참으로 바람직하다고 해야 할 일이다.

더군다나, 경선 과정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요 의제가 부동산 문제나 기본소득, 더 나아가 분배와 포용 등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갑론을박 중인 우리 경제와 사회의 뜨거운 감자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어서 더 반갑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전적으로 이런 경선 과정이 지속되길 바라는 것은 전혀 아닐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는 매우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 더 그렇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우선은 지금 당장 진행 중인 코로나19 팬데믹 하의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유지 또는 강화하려는 정책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록 팬데믹은 지속되고 있지만, 경기는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되는 우리 경제의 단기 운영 방향 제시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재정이나 통화 정책, 고용 대책, 산업 및 규제 정책 등 안정적인 거시경제운영을 위한 예비 후보자들의 정책 경쟁을 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중장기적으로 봐도 그렇다. 포에버 코로나(forever corona)를 포함해 위드 코로나(with-corona)가 될 지,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가 될 지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필요한 우리 경제의 비전 제시가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비대면 비접촉 환경의 일상화로 그 동안 잠재돼 있던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과 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다양한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변화를 어떻게 우리 경제의 경쟁력과 잠재 성장력 제고로 연결시켜갈지에 대한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부문간 불균형 성장 또는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이고 실천 가능한 정책 대안들도 제시돼 치열한 논쟁이 이뤄져야 함은 마찬가지다.

국민들의 시계(視界)를 과거로 돌려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약화시키는 일견 소모적으로 보이는 논쟁들에 대해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논의의 중심에 과거가 서게 되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고, 편을 나눠 다투기 마련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모두가 납득할 만한 결론이 얻어지게 되면 다행이지만, 남은 불씨가 커져 오랫동안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래를 이런 소모적인 논쟁들로 채워서는 안될 일이다.

이제 겨우 예비 후보자들의 경선이 시작됐을 뿐인데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것일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일 마구잡이식으로 이어지는 네거티브(nagative) 경쟁이 정당화될 수는 없고, 혹시라도 그것이 경쟁자에 대한 유권자들의 낙인효과(stigma effect)를 유발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려는 의도된 것이라면 더더욱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이번 경선은 여야 대선 예비후보자를 확정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래서 경선에서의 승리가 대선 예비후보자들의 최우선 과제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면, 유권자들에게 있어서 경선은 5년이라는 긴 시간을 누구에게 투자할 지 고민하는 시간이 된다. 그래서 더더욱 치열한 정책 경선이 이뤄지길 바라는 것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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