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는 지난달 29일 국무총리실 산하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가 1년 4개월에 걸쳐 진행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설명회가 열렸다. 앞서 정부의 진상조사와 감사원 감사가 이미 한 차례씩 있었고, 여기서 여러 의혹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터라 이번 설명회는 이런 의혹들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자리가 될 거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설명회는 시작부터 참석한 시민들 사이에서 ‘엉터리 조사’라는 성토가 쏟아져 나왔다.

포항지진은 2017년 11월15일 낮 포항시 북구 북쪽 7.5㎞ 지점에서 발생했다. 기상청 관측 사상 역대 두 번째 강진(규모 5.4)으로 기록될 정도로 강도가 셌던 만큼 진앙 인근인 흥해읍 일대를 비롯해 포항 전역에서 큰 피해가 있었다. 부상자 92명, 이재민 1천800여 명에다 재산피해 규모는 3천억 원이 넘었다. 그리고 4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도 당시의 충격으로 후유증을 겪거나 무너진 삶의 기반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이 있다고 한다.

포항지진이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또 다른 이유는 애초 자연재해로 알려졌던 지진이 사실은 당시 진앙 인근에서 진행됐던 지열발전소 건립을 위한 준비 과정에서 촉발된 인공지진이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는 2019년 3월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부조사연구단이 뒤늦게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그동안 포항시민들은 피해주민 지원의 보상 근거가 될 특별법을 국회가 제정하도록 했고, 또 지진 발생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그 결과 피해자인정 및 지원금신청 접수가 지난해 9월21일 시작돼 오는 31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포항시민들의 분노는 누그러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에서 진행한 진상조사 결과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이유이다. 조사가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의문이 있고 그래서 그 결과를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진상조사위의 발표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진상조사위가 설명회에서 내놓은 조사 결과가 앞서 진행한 것들과 별 차이가 없고, 특히 제기된 의혹 중 명확하게 해명된 게 거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 대표들로 구성된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에서는 ‘지열발전사업 주관기관인 넥스지오, 참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서울대산학협력단 책임자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는 진상조사위의 발표에 대해 꼬리자르기식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산업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이 수사 의뢰 대상에서 빠진 데 대한 지적이다.

또 지질이나 지열 관련 사업의 경우 피해보상 보험을 미리 들어 놓는 게 보편적인데, 포항 지열발전사업에서는 왜 이게 빠졌는지도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지열발전 부지에 있던 활성단층에 대해 넥스지오의 사전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과 미소 진동의 허술한 관리시스템 등의 의혹도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포항지진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정부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전문지식이 없는 시민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단지 불만과 분노의 감정을 분출하는 것이라고,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다행히 그동안 포항지진을 연구해온 포항지역 민간전문가단체인 11·15지진지열발전공동연구단에서 이번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재검증한다는 소식이다. 앞으로 전문가들에 의한 심층적 분석을 통해 논거를 마련해 대응할 거라 한다.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 또 검찰도 곧 진상조사위의 수사 의뢰에 따라 본격 수사에 들어가게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야 당연한 일일 테지만, 특히 시민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사고를 겪었고, 또 사고 후에는 으레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뒤따르는 것도 봐왔다. 그런데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포항지진은 그 발생 원인이나 피해 규모를 보더라도 ‘으레’ 있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과는 확실히 달라야 한다. 정부는 이 같은 재난형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해야 할 일은 꼭 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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