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려면 조직, 인력, 예산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사람과 조직도 바뀐다.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을 만들기도 하고, 통폐합도 한다. 역할에 따라 늘어나기도 줄어들기도 한다. 최근 몇몇 부처가 국민들의 눈높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여성의 권익보호, 양성평등을 위해 노력한다. 요즘 재택근무가 일상화되자 가사를 분담하는 가정도 늘어났다. 도쿄올림픽에서도 양궁·펜싱·탁구 경기에 혼성 종목을 추가하는 등 양성평등이 보편화되고 있다. 그런데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에 대한 부적절한 대처와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 돌봄 단체의 회계부정 등으로 신뢰를 잃었다. 그러더니 양궁 여자선수와 서울 도심 건물 벽화로 성 혐오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어도 아무런 반응도 없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나서야 짤막한 논평만 냈다. ‘저럴 바에야’라는 탄식이 자주 들린다.

통일부는 국민들의 염원인 남북통일을 이루고자 만들어졌다. 통일과 남북 대화·교류·협력을 다룬다. 온 국민을 감동시킨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설치 등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작년 북에서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고, 한동안 아무런 얘기도 없더니, 갑자기 남북 직통전화가 개통됐다. 여전히 폭파에 대한 해명과 사과는 없다.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인류 공통의 규범이다. 더구나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협박하더니 전화도 받지 않는다. 이런데도 아무런 말도 못하는 통일부는 왜 있는 것인지 일을 잘 못하는 것인지 마냥 아쉽다.

국민들을 가장 화나게 만든 곳은 국토교통부다. 주택 보유자든 무주택자든 모두 불만이다. 공급확대는 버려두고 다주택자를 압박해 팔도록 할 때부터 어긋났다. 집 팔기를 장려하려면 양도세는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도 임대차 3법까지 발동하니 무주택자는 어떻게 해서라도 집을 사려하고, 값은 계속 올랐다. 다주택자도 가만있으면 오르는데 굳이 팔 이유가 없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줄어드니 집값은 또다시 오른다. 겨우 공급확대로 전환하나 했더니 토지 부정매입이 불거져 나왔다.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한편 관광을 담당하는 곳은 문화체육관광부다. 그런데 관광과 항공은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그래서 정부 수립 후부터 교통부에서 함께 다뤘다. 1994년 말부터 관광은 문체부, 항공은 국토부로 분리됐다. 관광을 항공, 철도, 크루즈 같은 인프라 위주에서 문화 콘텐츠 중심으로 바꿨다. K-POP, 드라마, 영화를 활용한 한류관광을 이뤄낸 성과는 크다. 한편 항공은 오로지 항공산업 육성에 주력했다. 우리 저비용항공사(LCC)가 한일노선 대부분을 차지했다. 자연스럽게 국민들의 일본방문이 급증했고, 한국방문 일본인의 2배가 넘었다. 그러나 2019년 ‘NO JAPAN’의 여파로 LCC는 큰 타격을 받더니. 연이어 코로나19로 심각한 경영악화에 빠졌다. 그제야 문체부와 국토부가 협력하려 했지만 분리된 상태로는 한계가 있다.

대선후보들이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공공 중심의 큰 정부를 추구하는 이, 민간 위주의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이도 있다. 어떤 형태든 바람직한 조직을 위해서 기준이 필요하다. 첫째 미래지향적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는 조직을 신설,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상호 협력이 필요한 업무는 함께 할 수 있도록 배치한다. 셋째 국민으로부터 존재가치가 의문시되는 부처는 관련부처와 통폐합을 추진한다.

중앙부처 업무에 따라 지자체도 조직을 갖추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자체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축제는 문체부도 경북도 관광부서에서 담당하지만, 대구시는 문화예술, 혹은 경제부서에서 맡고 있다. 또 대구시는 컨벤션은 국제통상, 의료관광은 의료산업, 국제·국내관광은 관광부서가 담당한다. 한편 경북을 비롯해 거의 모든 지자체는 관광부서에서 함께 다룬다. 부서를 세분화해 전문화를 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때로는 통합해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 조직은 늘 살아 숨 쉬어야 한다. 비뚤어진 것은 바로잡고 약한 것은 보강해야 한다. 내년이면 중앙이나 지방이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최선의 조직을 갖춰, 국·시·도민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길 기대한다.

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