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일대 41개 현수막 제작·게첨||본인 이름 홍보, 혈세 낭비 논란

▲ 지난 14일 대구 동구 큰고개오거리 앞에 동구청이 제작한 광복절 관련 현수막이 붙여져 있는 모습.
▲ 지난 14일 대구 동구 큰고개오거리 앞에 동구청이 제작한 광복절 관련 현수막이 붙여져 있는 모습.
배기철 대구 동구청장이 광복절을 맞아 본인의 이름을 넣은 현수막을 동구 곳곳에 내붙여 혈세 낭비 논란에 휩싸였다.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세금으로 개인 정치를 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동구청에 따르면 광복절 연휴 기간 구비 약 289만 원을 들여 큰고개오거리, 반야월네거리 등 동구 주요 교차로 일원에 광복절 기념 현수막 41개를 제작·게첨했다.

현수막에는 ‘순국선열의 고귀한 희생을 동구는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의례적인 내용이 담겼다. 문구 뒤에는 ‘동구청장 배기철’이라고 게재됐다.

정치인들이 명절 기간 의례적인 인사말이 담긴 현수막을 제작·게첨하고, 본인의 이름과 정책 비전 등을 홍보하는 행위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현역 기초자치단체장이 개인 정치자금이 아닌 구비로 정치 행위를 하는 것은 일종의 ‘반칙’이라는 게 정치권의 설명이다. 명절 기간이 아닌 광복절에 현수막을 내붙이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대구 8개 구·군청 중 올해 광복절 관련 현수막을 제작한 곳은 동구청이 유일하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해당 현수막은 선거일(내년 6월1일) 180일 이전 제작·게첨됐기 때문에 위반 사항은 아니다. 누구나 명절 기간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례적인 인사말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내붙일 수 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의 허점 및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 혹은 정치인이 사비로 현수막을 제작하는 것과 현역 지자체장이 세금으로 만드는 것은 출발선상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대구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현직 기초단체장이 공적 자금으로 현수막을 제작하는 행위에 대해 선거법상으로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엔 어렵다”라며 “법적으로 그렇다는 의미다. 바람직한 상황이 아닌 것 또한 맞다”고 설명했다.

김태일 장안대 총장(전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공직자가 공적 자원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 선전을 하려는 행위는 공정하지 않다. 코로나19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면서 “정치 행위의 경계선과 기준을 어떻게 봐야 할지는 대중들이 판단할 몫”이라고 말했다.

▲ 지난 14일 대구 동구 반야월네거리 앞에도 해당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지난 14일 대구 동구 반야월네거리 앞에도 해당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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