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손님을 태우지 않은 채 에어컨을 켜놓고 달리는 것은 이제 엄두도 못 낸다. LPG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하루하루가 고통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구지역 LPG(액화석유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가뜩이나 거리두기 강화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던 택시기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대구지역 평균 LPG 가격은 1㎏당 984원이다. 이달 들어서만 40원, 5% 가까이 올랐다. 1년 전(793원)과 비교하면 20% 가까이 폭등했다.
LPG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이유는 국제유가 상승과 더불어 떨어진 원화 가치 때문이다.
지난 5월 1달러당 1천100원대였던 환율도 16일 현재 1천170원대에 육박하면서 수입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LPG 가격 폭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것은 LPG 차량이 절대다수인 택시업계다.
현재 대구지역 LPG 택시는 전체 택시(1만5천895대)의 96% 수준인 1만5천335대다. 일부 전기차 및 경유차를 제외하면 모든 택시가 LPG 택시인 셈이다.
전국에서 택시 과잉공급(30% 초과)이 가장 심한 대구에서 연료비 인상은 영업에 치명적이다. 거리두기 강화로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까지 길어지면서 일부 택시기사들은 에어컨 켜는 것을 포기할 정도다.
면허 가격이 보장되는 개인택시의 경우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법인택시업계에선 기사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5천271명에 달했던 법인택시 기사 수는 현재 4천3명으로 약 24%가 업계를 떠났다. 택시 가동률 역시 40%에 미치지 못했다.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서덕현 전무는 “택시 10대 중 6대가 서 있다고 보면 된다. 코로나19 불황 속에서 연료비 인상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면서 “감차와 더불어 개별적 기사 지원 등 대구시의 적극적인 지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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