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8월 말에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2가지 큰 이슈가 있다. 하나는 오는 26~28일 개최될 예정인 잭슨홀 미팅(Jackson Hole Meeting)이고, 다른 하나는 오는 26일 있을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다.

잭슨홀 미팅은 미국 연방준비은행 중 하나인 캔자스시티연방준비은행이 매년 8월 주요국 중앙은행장, 경제학자, 투자자, 언론인 등 100여 명 이상을 초청해 와이오밍주 휴양지인 잭슨홀에서 개최하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원래 미국의 농업 관련 주제들을 중심으로 한 학술회의적인 성격이 강했으나, 경제 현안에 관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지는 경제통화정책 학술 토론회로 변화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에 열릴 행사에서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일정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시장의 관심이 뜨거운 것이 사실이다. 만약, 이번 행사에서 일부 연방준비은행 총재들(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총 12개다)이 주장하는 것처럼 조기 테이퍼링 실시에 대한 언급이 있게 되면 당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겠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도 그에 영향을 받게 된다.

한편, 오는 26일 있을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향후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게 되는데, 초미의 관심은 금리 인상 등 미국 Fed의 테이퍼링 실시에 앞선 선제적인 통화정책 방향의 전환 결정이 있을 것인지 여부다. 이미 수 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선제적인 통화정책 방향의 전환이 요구되는 원인은 간단하다.

우선은 국내 거시경제 여건의 변화다. 국내 경기가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는 것으로 이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정책 방향 전환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도 낙관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이유다.

다음으로는 부동산 가격 급등세 지속 등으로 가계부채도 새로운 집계치가 발표될 때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어서 금리인상 등을 통해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과 같은 부채를 통화정책당국이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통화정책 방향 전환 결정이 선제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외국인 자본 이탈 가속 등에 따르는 국내 금융시장 불안은 물론 거시경제 전반의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당장에라도 국내 통화정책의 방향이 전환돼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이런 결정을 주저하게 하는 이유도 적지 않다.

그 중에 가장 큰 것은 아마도 미국 Fed의 테이퍼링이 실제 행해지는 시기는 현재로서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점일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물가, 생산, 고용 등 주요 거시경제지표들은 매월 시장 예상을 빗나갈 정도로 변화가 크다. 특히, 물가와 더불어 테이퍼링 시기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고용 지표의 경우는 부문별(공공과 민간, 제조업과 비제조업 등)로도 격차가 큰 상황이다. 인플레와 일자리를 놓고 양자택일을 하면 모를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미국 Fed의 입장에서는 결정을 주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여건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코로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은 통화정책 방향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난 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돌파감염률이 상승하는 등 코로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당장 내수 회복세 지연으로 3분기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굳이 경기에 부담을 주는 결정을 하기는 통화정책 당국으로서도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문제도 마찬가지다. 금리 인상만으로 정책실패를 보완하기는 어려워 보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미국이나 우리나 이래저래 통화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 그만큼 통화정책 방향의 불확실성도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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