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육회와 시의회에 상의 없이 일방적 폐지 통보

▲ 경주시가 1992년부터 해마다 개최해 온 벚꽃 마라톤 대회를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만3천여 명이 참가한 2019년 경주벚꽃마라톤대회의 모습.
▲ 경주시가 1992년부터 해마다 개최해 온 벚꽃 마라톤 대회를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만3천여 명이 참가한 2019년 경주벚꽃마라톤대회의 모습.




경주시가 30년째 국제행사의 명성을 이어온 벚꽃 마라톤 대회를 폐지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경주시체육회는 물론 경주시의회와 상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폐지를 결정한 탓에 마라톤 대회와 관련 있는 단체는 물론 시민과 지역 상가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는 지난 17일 시체육회에 공문을 보내 내년부터 벚꽃 마라톤 대회를 폐지한다고 통보했다. 또 시회의에도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문제는 벚꽃 마라톤 대회가 경주를 대표하는 국제 행사임에도 어찌 된 일인지 시가 체육회 및 의회와 아무런 사전 조율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체육회와 의회, 시민이 이구동성으로 시의 일방적인 행정을 비난하고 나섰다.

경주시는 해마다 많은 마라톤 대회가 경주에서 열려 심각한 교통체증이 생겨 이로 인한 재정 낭비가 생긴다는 점을 폐지 이유로 들었다.



또 마라톤 대회를 폐지하면 교통통제로 인한 시민과 관광객의 불편이 해소되는 만큼 관광객 유치를 활성화할 수 있어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시 관계자는 “폐지에 대한 손익을 비교한 결과 손실이 더 크다는 결론이 나와 폐지했다”고 말했다.

반면 마라톤 개최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37%가 유지, 19%는 변경 개최, 42%는 중단해야 한다고 답해 56%가 개최를 희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장과 통장 및 체육회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서면조사에서는 79%가 대회를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은 20%에 그쳤다.



서호대 경주시의회 의장은 “시가 마라톤 대회 폐지를 결정해 놓고 폐지를 위한 명분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폐지 결정에 대한 정확한 배경을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도 “숙박업 등 관광업계가 코로나19로 심각한 위기를 맞은 상황인데도 폐지 결정을 한 것은 지역 상권은 고사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일방적인 행정이라며 항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주낙영 경주시장은 “벚꽃 마라톤 대회는 사실상 국내 대회로 전락했다. 또 코오롱 마라톤, 동아 마라톤 등의 국제 마라톤 대회가 경주에서 열리는 점을 감안해 벚꽃 마라톤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벚꽃 마라톤 대회는 1992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해마다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맞춰 경주시민과 전국의 마라토너, 국제선수 등 1만3천여 명이 참가하는 국제대회로 열리고 있다. 2015년에는 최대 규모인 1만5천여 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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