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을 뜻하는 영어 타이푼 ‘Typhoon’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폰’에서 유래한다. 티폰은 상체는 사람의 모습, 하체는 똬리를 튼 뱀의 모습을 하고 온몸을 깃털로 뒤덮인 기이한 모습을 한 괴물이다. 항상 깃털과 날개로 폭풍을 일으키기 때문에 티폰이 지나간 자리에는 나무도, 돌도 모두 파괴돼 그림자조차 남지 않게 된다고 한다. 이렇듯 예나 지금이나 태풍은 파괴적 기상 현상으로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태풍은 열대지방에서 발생한 열대성저기압 중 중심 부근 최대풍속이 17㎧ 이상으로 강한 폭풍우를 동반하는 것을 말한다. 태풍의 에너지원은 따뜻한 바닷물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 뿐 아니라 바닷물 온도 또한 상승함으로써, 태풍이 더욱 강하게 발달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된다.

최근 30년 간 통계에 의하면 7월부터 9월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의 개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태풍으로 인한 인명피해 뿐 아니라, 재산 피해 규모도 급격하게 늘어 최근 피해 태풍 10개 순위에서도 2000년대에 들어 발생한 태풍이 6개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재산피해 1위는 2002년 태풍 ‘루사(RUSA)’로 8월30일부터 9월1일까지 우리나라 전역에 영향을 미치면서 5조3천억 원이라는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전국 기상관서 기상 관측 이래 일강수량 최고값(870.5㎜)이 강릉에서 관측됐고, 제주도 고산지역에서는 8월31일 최대순간풍속 56.7㎧의 강풍이 기록됐다. 추석에 찾아온 태풍으로 2003년에 발생한 매미도 있다. 최성기의 위력을 유지하면서 상륙한 이 태풍은 제주도 고산에 최대순간풍속 60㎧를 기록하고 약 4조225억 원의 막대한 재산피해를 비롯해 131명의 인명피해와 더불어 수많은 선박침몰과 부산항 크레인 11대를 붕괴시키는 등 강력한 위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기상청에서는 태풍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태풍의 발생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강도와 이동 경로를 예측해 제공하고 있다. 또한,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 11㎧ 이상 17㎧ 미만으로 정의되는 열대저압부(TD)도 풍속과 24시간 이내 태풍으로 발달할 가능성을 분석해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태풍 발생 후 짧은 기간 내에 영향을 주는 태풍에 대한 대비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려주기 위해 향후 120시간까지 24시간 간격의 중심위치, 최대풍속, 강풍 및 폭풍반경, 강도, 태풍이 위치할 수 있는 70% 예상 반경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태풍은 그 크기가 직경 500㎞에 이를 정도로 매우 크고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에 따라 예상 진로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태풍에 대한 사전 대비를 위해서 TV나 라디오,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각종 매체를 통해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정보를 참고해야 한다.

태풍이 예보됐을 때에는 태풍의 진로와 도달 시간을 파악해서 어떻게 대피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산간이나 계곡 등 위험 지역에 있다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고, 주택과 차량 등 시설물을 미리 점검해 침수와 강풍에 대비해야 한다.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을 때에는 외출은 자제하고, 이웃이나 가족에게 연락해 위험 상황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태풍이 지나간 후에는 태풍으로 인한 피해 여부를 확인해 가까운 행정복지센터 등에 신고하고, 보수·보강해 2차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

그리스 신화 속 ‘티폰’은 결국 제우스의 번개를 맞고 에트나산에 갇히게 된다. 태풍의 위력이 강하고 크더라도 우리는 과학적 태풍 정보를 바탕으로 현명하게 대비한다면 신화 속 티폰이 제압된 것처럼 그 어떤 강력한 태풍이라 할지라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박광석 기상청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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