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일

사회2부



경주시가 1992년부터 30년 동안 개최해 온 경주벚꽃마라톤대회를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대회 유지에 대한 실익 검토 등을 폐지의 이유로 꼽았다.

대회 개최에 따른 손실이 이익보다 크고, 시민 여론도 폐지에 무게가 실렸다는 것이 경주시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의 설명에는 결정적인 오류가 있다.



우선 일본 요미우리사는 지난 6월 경주시와의 화상 회의를 통해 내년 대회부터 협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따라 마라톤대회를 통한 일본 관광객 유치는 물 건너 가게 됐다는 것이 주낙영 경주시장이 내세운 폐지의 명분이다.

추측건대 이때부터 마라톤대회에 대한 경주시의 의지가 꺾인 것으로 보인다.

이어 시는 지난 6월25일부터 7월4일까지 시청 홈페이지 설문조사와 함께 이·통장 및 체육회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서면조사를 진행했다.

홈페이지 조사에서는 301명이 참여했으며 유지가 38%, 변경 개최 20%, 폐지 42%라는 응답이 나왔다.

이·통장 및 체육회 관계자 등 684명에 대한 조사는 유지 55%, 변경 개최 24%, 폐지 21%로 집계됐다.

홈페이지 설문조사는 58%, 이·통장 등 서면조사는 79%가 대회의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설문조사라는 객관적이고 확실한 데이터를 아무리 분석해도 주낙영 경주시장이 설명한 ‘시민 의견을 수렴해 폐지를 결정했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주 시장이 언급한 시민 의견 수렴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건지 묻고 싶다.



이에 대해 경주시의회 시의원들은 “경주시가 경주벚꽃마라톤대회 폐지 등과 같은 중요한 시정현안을 결정하기 전에 의회는 물론 시민과 협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었다”며 “30년이나 지속해 온 국제대회이자 벚꽃을 통해 경주를 전 세계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배경이 과연 뭔 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또 경주시체육회는 “마라톤대회를 주관한 체육회와도 아무런 협의를 하지 않았다. 공문에 적힌 몇 줄의 폐지 통보가 전부였다”며 “시민들은 체육회가 폐지를 결정할 것으로 오해하고 강한 항의를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한 주 시장은 해명은 또 다른 논란을 만들고 있다.

그는 “해마다 1천500여 명의 대회 참가자와 관광객 등을 보내 온 일본 요미우리신문사가 내년부터 참여를 중단한다고 통보한 탓에 마라톤대회는 국내 행사로 전락하게 됐다”며 “경주에서는 다른 국제마라톤대회(코오롱·동아) 등이 많이 열리는 점을 감안해 교통정체 등을 일으켜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벚꽃마라톤대회를 폐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시민 여론을 수렴했다는 사족을 달기도 했다.

문제는 여론 조사에서 참여자 대부분이 마라톤대회를 폐지하면 안 된다고 응답한 결과에 대한 경주시의 이렇다 할 해명을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체육회 안팎에서는 공무원들이 복잡하고 힘든 일을 하기 싫어서 마라톤대회를 취소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오히려 주 시장의 엉뚱한 해명보다 이 같은 지적에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일 지경이다.

과연 경주시가 벚꽃마라톤대회의 근본 취지를 심사숙고 한 후에 폐지 결정을 내렸을까.

또 관련 단체와 시민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했다는 시의 주장이 사실일까.

마라톤대회 폐지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해소하는 것은 경주시의 몫이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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