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4차 대유행’ 이후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국의 혈액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 사태로 수혈이 필요한 중환자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혈액보유량이 감소해 의료현장에서는 조마조마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단기간 내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수술연기 등의 사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역의 혈액수급을 총괄하는 대구경북혈액원의 혈액보유량은 2.1일분(19일 기준)으로 ‘주의’ 단계에 들어섰다. 적정보유량은 5일분이다. 현재 혈액 재고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8월에 비해 48%나 감소했다. 혈액수급 위기는 4단계로 관리된다. 적혈구제제 재고가 5일분 미만이면 ‘관심’, 3일분 미만이면 ‘주의’, 2일분 미만이면 ‘경계’, 1일분 미만은 ‘심각’으로 분류된다.

이번 혈액수급 비상은 코로나 급속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가 주요 원인이다. 헌혈 참여가 크게 줄면서 비상이 걸린 것이다. 혈액원 측은 현재 일선 의료기관에서 요청하는 물량의 50%만 공급하는 비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혈액부족이 만성화되다시피 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 때마다 각급학교, 군부대 등의 단체 현혈이 급감해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올 여름 혈액난은 단체 헌혈이 격감한 데다 휴가철이 겹친 영향이 크다. 각급 학교의 개학으로 학생들의 단체 헌혈이 늘어나긴 하겠지만 정상화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코로나 대유행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면 혈액 수급난도 같은 주기로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재 국내 혈액공급은 전량 헌혈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10·20대 헌혈이 전체의 56%(2020년)를 차지한다. 학생과 군인 등 특정 계층의 단체 헌혈이 많기 때문이다. 헌혈 가능인구(16~69세) 대비 헌혈 참가자 비율은 3.3%에 그친다. 매우 취약한 구조다. 앞으로도 크고 작은 코로나 집단 감염으로 각급 학교의 원격수업이 늘어나고, 군부대 장병의 외부 접촉이 차단되면 헌혈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혈액 부족사태는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이번 사태를 헌혈에 대한 의식과 구조를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직장단위 헌혈 장려와 함께 중장년층의 헌혈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특정 연령, 계층에 의존하는 현행 헌혈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혈액수급 문제는 언제든 또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헌혈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고귀한 일이다. 현혈에 대한 각계각층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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