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에서 가장 중요한 날을 꼽는다면 단연 광복절이다. 광복절은 대한민국이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나 독립한 날로, 그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우리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원인을 고찰하고, 두 번 다시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절치부심하는 것이야말로 더 중요한 일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1910년 8월29일,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날인 경술국치일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날 이후 우리 민족은 약 35년 동안 유례없는 수난을 겪었다. 1910년대의 무단 통치, 1920년대의 문화 통치, 1930년대부터 해방까지의 민족말살정책으로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다. 국민들의 삶은 항상 어려웠으며, 일제의 통치기만술로 일제에 협력하는 친일파가 다수 생겨나기도 했다. 특히 일본이 대륙 침략 전쟁을 일으킨 후에는 각종 공출과 노역,징병에 동원돼 민족 전체가 전쟁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다.

다시 이러한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경술국치가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살펴봐야 할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문호개방과 근대화라는 세계사적 흐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사실 1876년 강화도 조약 이전부터 서양 세력의 접근은 꾸준히 있어 왔다. 1832년 조선에 평화적으로 문호개방을 요구한 영국의 암허스트 호를 생각해 보면 중국(1840년대), 일본(1850년대)에 비해 몇십년 더 빠르게 근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조선의 지배층은 서양 문물을 단순히 호기심의 대상으로 여기거나 편리한 기술 정도로 여겼을 뿐, 근대화를 통해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고 정치 체제를 변혁하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조선을 둘러싼 대외적 환경이 우호적인 편은 아니었다. 지리적 위치가 서양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기 좋은 위치였고, 결과적으로 아시아에서 독립을 유지한 나라는 일본, 타이(영국과 프랑스 식민지 지대 사이의 완충 지대라는 지리적 이점으로 독립 유지) 두 나라밖에 없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보면 조선이 식민지가 된 것이 딱히 이상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국권상실이라는 결과를 정당화한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조선의 근대화 기회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세계적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전복 소식을 들으며 드는 생각은, 나라의 주권이라는 것이 결코 당연히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항상 외세의 침입을 경계하고 국제정세에 적절히 대응하며, 또한 청춘을 바쳐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 주권을 수호하는 첩경일 것이다.

변동수 대구지방보훈청 보상과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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