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18년 개설돼 100년 넘게 경주시민과 애환을 함께 해온 경주역과 불국사역이 오는 연말 폐쇄된다. 경주 도심과 불국사 인근 시가지를 통과하던 중앙선과 동해남부선의 외곽 이설에 따른 후속 조치다.

도심철도 이설은 경주 시가지를 획기적으로 변모시킬 다시 없는 기회다. 도시발전과 관광진흥의 100년 대계를 다시 그릴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 개설돼 시가지를 동서로 가로 지른 철길은 경주 발전의 최대 장애 요인이었다. 철길이 사라지면 시가지 개발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특히 대규모 유휴부지가 생겨나 발전이 정체된 구시가지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간 경주시의 폐철도 활용 TF팀 구성과 연구 용역 두어 차례 한 것이 전부다. 느려터졌다는 비난이 이어지는 이유다.

도심 가운데 위치한 경주역 후적지는 면적이 14만8천770㎡에 이른다. 후적지 활용 논의는 26년 전인 지난 1995년부터 시작됐다. 각종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 단골 이슈였다.

행정복합단지 조성이 주로 거론돼 왔다. 경주시는 공공청사, 상징타워, 상업시설, 문화공간 등 행정·문화·상업 중심 공간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부지가 국가기관 소유여서 개발 관련 협의와 매입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또 문화재보호 등과 관련된 규제완화도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자체 재정으로는 어려워 도심재생 활성화 공모사업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경주시는 경주역 후적지 개발 마스트플랜 확정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관련기관과 협의를 거쳐 임시 활용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역시 아직 구체화된 내용을 내놓지 못해 시민들의 갑갑증만 더하고 있다.

불국사역도 마찬가지다. 불국사역은 철도문화재로 등록되는 등 상징성이 있지만 뚜렷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도 주말이면 하루 5천 명의 관광객이 이용한다. 지역 주민들은 민자유치를 통해 울산을 잇는 관광철도로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지만 진전이 없다. 100년이 넘은 불국사역은 자체가 문화재로 손색없다. 경주를 대표하는 문화관광 인프라로 유지 발전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경주역과 불국사역은 폐쇄 후 방치 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시민과 관광객의 불편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시가지 리모델링에도 마이너스로 작용하게 된다. 개발계획 확정을 서둘러야 한다. 돌다리만 두드린 것이 26년째다. 경주시의 적극적인 대처가 절실하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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