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급속한 저출생·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저출생의 흐름은 합계출산율 2.1명이하를 기록한 1983년 이후 35년 이상 지속됐고 초저출생(합계출산율 1.3명 이하) 현상은 2002년 이후 가속돼 현재 세계 유일한 합계출산율 1명 미만 국가로 자리 잡았다.

저출생·고령화의 가장 큰 피해는 생산활동인구의 지속적 감소로 인한 갈등 증가와 사회체계 붕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출생률을 높이고 세대별 인구 균형을 맞춰 차세대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그러나 저출생·고령화를 인위적인 조작으로 짧은 기간에 반등시킬 수 있다는 구상자체는 오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가족을 이루고 출산과 육아를 통해 세대가 바뀌어 가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인데 경직된 사회문화와 철저한 자본주의 종속은 자연스런 세대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

저출생·고령화로부터 새로운 미래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저출생·고령화 현상은 지속된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출산·육아·교육 또는 실업·노후 중 어느 한 쪽만 책임지면 된다는 믿음이 있으면 국민들은 불안을 느끼지 않고 조화로운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저출생·고령화는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위기로 다가 왔지만 모든 국민이 참고 인내하며 백신을 맞아가며 새로운 일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저출생·고령화도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생계, 고용, 출산, 육아, 교육 등 전 영역에서 공적 책임을 확대하고 개인의 부담을 덜어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이것을 포퓰리즘으로 치부하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저출생·고령화는 지속될 것이고 위기론자들이 말하는 그 심각한 위기는 현실이 될 것이다. 저출생·고령화를 위기라고 공포심을 조장하기 보다는 우리 국민이 사교육과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고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는 워라밸이 가능하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시행하는 것만이 저출생·고령화를 극복하는 길이 될 것이다.

엄기복 대구시 저출산극복 사회연대회의 위원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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