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의 고적함이 파도를 키우는 시각/부대끼던 세월 저편 장미 대문 닫아걸고/나 여기 태초의 땅에 발자국을 찍습니다//더디고 더딘 걸음 무애한 삶의 생령/뜀박질 가쁜 숨길 가만가만 재워내며/새 소리 바람 소리를 귀에 올올 감습니다//무구한 이 땅만큼 진화는 멈추어라/코끼리거북 걸어가고 이구아나 기어와서/그대와 동행의 언약 경을 외듯 읊습니다

「개화」(2018, 27호)

정도영 시인은 2009년 시조세계로 등단했다.

갈라파고스는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주에 속한 섬이다. 에콰도르 본토에서 서쪽으로 1천㎞ 떨어진 곳의 해상에 있는 20여 개의 섬과 암초들로 이뤄져 있다. 주민들은 대개 에콰도르인이며 주된 경제활동은 관광업, 어업, 농업이며 농어·커피·소 등을 수출한다. 1535년 발견된 이후 한동안 해적의 은신처로 이용됐으며, 19세기 초에는 고래잡이와 물범잡이의 근거지가 됐다. 1832년 에콰도르가 영유권을 선언했다.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자연도태설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 곳이기도 하다. 갈라파고스 동물들은 고유종 비율이 높고 대륙에서는 멸종된 동물이 잔존생물로 남아 있다는 점 등에서 과학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갈라파고스에서 1’에서 화자는 단절의 고적함이 파도를 키우는 시각 부대끼던 세월 저편 장미 대문 닫아걸고 나 여기 태초의 땅에 발자국을 찍습니다, 라고 노래하고 있다. 태초의 땅에 발을 딛는 일은 경이 그 자체일 터다. 그곳은 더디고 더딘 걸음 무애한 삶의 생령이 꿈틀거리고 뜀박질 가쁜 숨길 가만가만 재워내며 새 소리 바람 소리를 귀에 올올 감는 곳이다. 무구한 이 땅만큼 진화는 멈춰라, 라는 희망을 언급하면서 코끼리거북 걸어가고 이구아나 기어와서 그대와 동행의 언약 경을 외듯 읊고 있다. 동행의 언약이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어쩌면 갈라파고스의 미래와 관련된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그것은 더 나아가서 인류의 생존 문제와도 직결된 일이 아니까 싶기도 하다. 기후 문제가 예사롭지가 않고 플라스틱의 폐해가 극에 다다른 지금 이젠 오직 인간의 대각성만 남아 있는 실정이다. 인간의 대오각성 없이 생태환경 문제가 해결될 수가 없다. 아귀의 뱃속에서 플라스틱 페트병이 나오는 사태가 일상이 돼버렸다. 인간은 버릴 것은 정작 버리지 않고 버려서는 아니 될 것은 조금의 죄의식도 없이 곳곳에 내다버린다. 그러고도 태연자약하다. 학교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내면화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태를 과연 어찌할 것인가?

그는 단시조 ‘죽지도 못할 생이어서’에서 마추픽추를 두고 돌 다듬고 돌 쌓아야 저승 문 열렸나 봐 그 아니면 차라리 죽지도 못할 생이어서 콘도르 형상의 돌에 피를 돌린 그 사람들, 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콘도르는 콘도르과에 속하는 신대륙의 거대한 맹금류로 안데스콘도르와 캘리포니아콘도르가 있다고 한다. 이들은 날 수 있는 가장 큰 조류 가운데 2종으로 길이가 약 130㎝, 무게가 10㎏ 정도다. 안데스콘도르는 3m 이상의 긴 날개를 가지고 있다. 1988년 샌디에이고 야생동물공원에서 보호의 목적으로 포획된 개체의 알로부터 최초로 캘리포니아콘도르가 부화됐다. 그때 마추픽추 사람들에게 마추픽추는 페루에서 잉카 문명의 흔적이 가장 완벽하게 남아 있는 세계적인 유적이다. 2천300미터의 산 정상과 험준한 계곡, 가파른 절벽에 기대어 숨어 있는 신비의 공중 도시 마추픽추라는 성채를 쌓은 이들은 정말 죽지도 못할 생이어서 돌을 쌓아야 마침내 저승 문이 열릴 것이라는 일념으로 살았을 법하다.

정도영 시인에게 여행은 이처럼 잠깐 스쳐지나가는 여정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되짚는 깊은 사색의 시간이다. 또한 새로운 힘을 충전하는 역동적인 기회이기도 하다.

이정환(시조 시인)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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