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기대와 환희로 들끓던 국제 금융시장이 또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주 내내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주식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공포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500개의 우량종목으로 구성된 S&P 500 지수는 지난 주 중에는 이틀 연속 30 포인트 이상 하락세를 보이다 주말에는 급격히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닛케이지수, 중국 상해종합지수, 영국 런던국제증권거래소의 FTSE 100(시가총액 상위 100개사),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 30(시가총액 상위 30개사) 등 주요국 주가지수 역시 주중 급락세에서 주말 급반등하는 등 유사한 변동성을 보였다. 소위 공포지수라 불리는 VIX 지수(Volatility Index) 역시 주중 40% 정도의 급등세를 보인 후 주말에는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컸다.

이러한 현상은 마찬가지로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주와 금주 초에 걸쳐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3천300을 향해가던 코스피지수가 3천을 위협받을 수준까지 내려갔다 반등하는 등 롤러코스트 장세를 보여준 바 있다. 외환시장도 원화 환율이 달러당 1천2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는 등 변동폭이 확대되면서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탓에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국채금리는 하락세를 연출했지만 말이다.

이처럼 최근 들어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7월에 있었던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의사록에 나타난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일정에 관한 논란 때문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좀 더 거시적으로 본다면 어디로 튈지 모를 미국의 경기와 그에 따른 통화정책 향방에 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물론, 이 모든 불확실성의 근본 원인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백신 보급에도 불구하고 상승하고 있는 돌파 감염률 때문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지난 8월 페루에서 처음 보고된 것으로 알려진 람다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항체반응을 무력화해 백신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이른바 백신 회피 가능성마저 대두되는 등 확산 우려가 다른 변이 바이러스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공포감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빠르게 진행되던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약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물론 조기 테이퍼링 실시에 대한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 등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에도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는 시장에서는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나, 촌각을 다퉈 대규모 자본이 이동하는 금융시장에서의 변동성은 더 크고,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정말 문제는 지금부터다. 끊이지 않고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신규 발생과 그 확산세가 언제 끝이 날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에 따라 미국 Fed(연방준비제도)의 조기 테이퍼링 실시 시기와 정도도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미국 FOMC 개최 및 의사록 공개 전후에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재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당장, 올 해만 해도 3차례(9월 말, 11월 초, 12월 중순)의 FOMC 개최 일정이 남아 있는데 말이다.

누구나가 알고 있듯이 아무래도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작고한 하이먼 민스키(Hyman Philip Minsky)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가장 위험한 리스크인 ‘아무도 모르는(nobody knows)’ 리스크의 해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즉, 미증유의 사태라 불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어떤 식으로 든 정리돼야 한다. 전세계적인 백신보급 확대는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고 돌파 감염률 최소화, 세계적인 수준에서의 사회적 면역 형성 확인 등의 ‘위드 코로나(With Corona)’에 필요한 조건이 형성돼야 한다. 불행히도 그렇게 되기까지는 지금까지 인내해 온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