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3년간의 육아휴직을 보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육아휴직기간이 1년 이내로 돼 있다. 하지만 전공의 여의사의 경우 대체할 인력이 없고 여러가지 다양한 제약에 의해 대부분 3개월 만에 진료현장에 복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젖먹이를 떼어내고 나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아기를 키우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등 아기를 돌보는 게 너무 힘들어 오히려 병원에 근무하는 게 더 낫다고 표현할 정도로 육아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우울감이 생긴다고 했다.
가벼운 짜증, 일시적인 슬픔, 이유 없이 흐르는 눈물 등의 일시적인 산후 우울감은 출산 후 4주 사이에 30~75%의 산모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하며 별다른 치료 없이 자연적으로 호전된다. 하지만 10~15%에서는 산후 우울증으로 발전해 심한 우울감과 이로 인한 증상을 동반하는 데, 산모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불안하거나 눈물이 나고, 식욕이 없으며, 본인과 아기에 대해 죄책감을 경험하고, 양육에 대해 심리적 중압감을 심하게 느끼면서 잠을 잘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이는 산후 갑작스러운 호르몬 변화 뿐만 아니라 결혼 연령이 늦춰지면서 출산 연령도 늦어지고 출산 이후 회복하는 속도가 더뎌 체력적으로 힘들어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국가에서 산후 도우미, 아이 돌보미 등의 제도가 활성화돼 있긴 하지만 한 아이가 태어나면 가족뿐 아니라 마을 전체가 관심을 가지고 아이와 소통하며 키워 나갔던 과거 세대보다 요즘이 아이 키우기가 더 힘든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백마 탄 왕자를 만난 신데렐라나 평강공주를 만난 바보 온달 처럼 결혼하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아름다운 동화 이야기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마음속 깊이 숨어 있어, 나도 결혼을 하면 상대방이 내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충족시켜 주리라는 기대가 무의식중에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아이를 낳은 후 공주로 대접받다가 갑자기 무수리가 되는 느낌이 들거나 스마트폰과 SNS, 유튜브 등을 통해 접한 타인의 과장된 삶이 동경을 넘어 자신에 대한 연민으로 이어지기 쉬운 것도 산후 우울증이 생기는데 영향을 주고 있다
결혼은 신데렐라나 평강공주의 한 편의 동화가 아니라, 꽃이 자라고 열매가 맺도록 따뜻한 돌봄이 필요 하듯이, 남편은 자기를 믿고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양육하는 아내를 사랑으로 감싸고 이해해야 하고, 그러한 고비를 넘기면 비가 온 뒤에 땅이 굳어 지듯이 더욱 튼튼하고 행복한 가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산후 우울증을 체크하는 10가지 문항의 ‘에딘버러 우울증 스코어’
① 기분이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차이가 심하고, 작은 일에도 쉽게 마음이 동요된다.
② 쉽게 울적해지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기분이 들지 않는다.
③ 모든 일에 관심이 없고, 사물에 대한 의욕이 없어진다.
④ 즐거운 일을 권유받더라도 기분이 나지 않고,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⑤ 원인을 알 수 없이 어딘지 모르게 몸 상태가 좋지 않다.
⑥ 사소한 일에도 울적하고 슬퍼지거나 눈물이 난다.
⑦ 주변에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고, 언제나 우울한 느낌이다.
⑧ 쉽게 기분이 좋거나 나빠지며, 안정되지 않는다.
⑨ 원인을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항상 초조하다.
⑩ 마음이 상하는 사소한 일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느낌이 들어 끙끙 앓는다.
김준식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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