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살인사건/ 오철환

발행일 2021-08-25 15:10:2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 진화의 미래 ~

… 민성화는 화성국제유배수용소의 실질적인 리더였다. 그가 간밤에 시퍼렇게 얼어 죽었다. 간밤에 난방이 꺼진 모양이다. 새벽 2시경에 민성화 개인 튜브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한 걸로 파악됐다./ 이강두는 고궁의 돌담길을 가다가 납치되었다. 장기와 뇌는 각각 암시장에서 불법으로 유통될 터다. 수사팀이 현장을 덮쳤을 땐 장기와 뇌가 적출되어 초저온 냉동실로 들어간 뒤였다. 브레인리더로 범인의 두뇌와 소통하여 범죄 전말을 밝혀냈다. 주범 민성화는 무기징역에 화성 유배형을 선고받았다./ 민성화는 화성국제유배수용소에 도착했다. 개인 생활용품과 개별 튜브가 배정되었다. 지구의 감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설이 좋았다. 기본적인 수칙과 주의사항을 홀로그램과 동영상으로 되풀이해서 각인시켜주었다. 규정을 어기거나 질서 문란행위가 감지되면 그 정도에 따라 튜브 온도가 떨어지고 다음 식사량이 줄어드는 페널티가 주어진다. 센서와 CCTV가 감시하고 홀로그램이 안내하고 또 경고했다. 10시부터 야외 노역이다. 지구의 유해 쓰레기를 실은 우주왕복선이 도착하면 쓰레기를 계곡에 옮겨놓은 후 화성의 광물을 실어 지구로 돌려보내는 일을 수행한다. 저녁식사 후 20시까지 자유시간이다. 보통 휴게실에서 TV를 보거나 영화를 본다. 민성화는 피트니스센터에서 몸을 풀고 특기인 실전 태권도 연습에 주력했다. 볼만 했던 탓인지 인기가 좋았다. 본부 승인 아래 전체 수형자를 대상으로 한 태권도 시간이 개설됐다. 민성화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우상이자 리더로 부상했다./ 이강두의 뇌는 보존 상태가 우수하고 기능도 최상급이라 국가정보원의 브레인풀 콤플렉스에 편입되었다. 사력을 다해 자의식을 지킨 덕분에 그의 뇌는 간신히 정체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범인을 추적하여 복수하고자 마음먹었다. 국가정보원 정보 분석 요원으로 근무하던 팔촌누나와 접촉하여 도움을 받았다. 국가정보원이 연결할 수 있는 모든 네트워크를 통해 범인을 추적하였다. 주범 민성화는 화성국제유배수용소에서 수형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강두는 철벽 보안벽을 뚫고 국제사법기구 중앙처리장치에 잠입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두뇌는 브레인풀 콤플렉스로 편입시키고 다른 장기들은 각기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게 해야 할 뿐 아니라 자연스런 사고사를 위장하는 것까지 계산했다. 새벽에 민성화 개인튜브의 온도가 초저온으로 떨어졌다. 그의 숨이 멎었다. 화성은 변함없이 반짝이고 있었다.…

최근 발표한 졸작 단편소설. 화성을 희생양 삼아 지구를 살리고자 하는 착상을 나름 소설로 구현했다. 인간이 지구를 버리고 다른 행성을 찾아나서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 아닐까. 심각한 환경 문제의 돌파구를 화성에서 찾았다. 유해한 전 세계 폐기물을 고농축 압착해 화성으로 반출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방사능 폐기물이나 용도 폐기된 핵폭탄도 대상이다. 그러자면 인력이 소요된다. 무인화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터다. 감옥을 끌어들인 이유다. 흉악범을 격리시키고 노역을 이용하는 이석이조의 방안을 채택한 셈이다. 제법 용을 써 봤지만 인류의 미래가 장밋빛인 것 만은 아니란 불길한 예감을 접을 수 없다. 극단적 이기주의와 여가·편의만 쫓는 소승적 가치관, 소확행과 현재만 즐기고 미래가 없는 세상이 불안하다. 과학이 이끄는 길이 유토피아와 닿아 있을까. 인간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오철환(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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