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노인상(像), 신노인(新老人) 되기

발행일 2021-08-30 13:50:1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김상진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신노인(新老人)’이란 용어가 요즘 자주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노인’을 뜻하는 신노인은 기존의 가치와 사고를 고집하기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해 사회적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노인을 뜻한다. 흔히 하는 말로 ‘꼰대’가 아닌 우리사회의 진정한 ‘어르신’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의 노인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캠페인으로 받아들여진다.

용학도서관은 노인인구가 많은 지역사회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2018년부터 ‘신노인교실’ 또는 ‘신노인포럼’이란 제목으로 매년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2019년에는 범물노인복지관 및 주민단체와 함께 일본 오키나와의 세계 최장수 마을 어르신들을 초청하는 해외교류도 시도했다. 올해는 강연과 체험으로 구성된 ‘새로운 노인상(像), 신노인 되기’를 9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한다. 60+책의해추진단이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공모사업인 ‘60+ 책 마실 가세’ 시범사업이다.

‘신노인’은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의사인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박사가 2000년에 만든 신조어다. 2017년 106세로 세상을 떠난 히노하라 박사는 100세가 넘어서도 진료를 계속하면서 환자의 마음까지 보듬어준 평생 현역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운동가로도 존경을 받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 빠르게 진행된 고령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을 규정하는 나이를 65세 이상에서 75세 이상으로 연장할 것을 제안하면서 ‘신노인’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신노인회’를 조직해 회장직을 맡으면서 ‘신노인운동’을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노인이란 용어를 싫어해 ‘고령자’란 표현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 ‘어르신’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분위기다. 하지만 히노하라 박사는 이 같은 분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면서 ‘신노인’이란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노인이 사회의 보호를 받는 대상에서 사회에 봉사하는 주체가 되자는 취지라고 한다. 그는 생전에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과 명예가 아니라, ‘삶의 보람’을 느끼며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나이가 들어도 창조하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 인생에 은퇴는 없다. 죽을 때까지 현역으로 뛸 것”이란 말을 남겼다.

‘신노인’이란 용어를 처음 접한 시기는 4년 전쯤, 김상태 전 구미1대학 교수를 오랜만에 만났을 때다. 그가 건넨 새로운 명함에는 이름과 휴대전화번호, 그리고 ‘신노인운동 활동가’란 생소한 직함이 인쇄돼 있었다. 이어 그가 펴낸 ‘화양연화의 길’이란 제목의 책을 접했다. 책에서 강조한 것도 ‘신노인’이었다. 책에서는 호기심을 잃지 않는 노인을 ‘신노인’으로 묘사했다.

책 제목에 있는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이란 뜻이다. 왕가위 감독이 연출하고 양조위와 장만옥이 주연한 영화와 함께, 방탄소년단의 앨범에 제목으로 쓰이면서 유명해졌다. 저자가 책 제목을 ‘화양연화의 길’로 정한 이유는 지난날 젊은 삶이 아니라, 앞으로 노년기의 삶을 가장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자는 의도다. 이를 위해 저자는 ‘신노인’의 자세로 ‘Senident’를 제안했다. ‘Senident’란 ‘Senior’와 ‘Student’의 합성어다.

책에서는 ‘신노인’의 세 가지 자세가 제시됐다. 첫째는 ‘변하는 세상 공부하기’다. 늙어서 계속 공부하는 것이 육체적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 못지않게 질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둘째는 ‘음미하는 삶 살기’다. 하루하루 의미 없이 사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의미 있고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쓸모 있는 사람 되기’다. 쓸모 있는 노인이 되기 위해 일을 하거나, 자원봉사를 하거나, 집안일을 도우면서 사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노년기를 어떻게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지 안내하는 지침서다. 무시를 넘어 ‘꼰대’, ‘틀니’란 표현 등으로 적대시 당하는 상황에서 사회와 어우러지고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안내하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고령자들은 세상에 아무 쓸모없는 노년을 그냥 즐기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쓸모 있는 사람은 못 되더라도 글로벌 경쟁시대에 역동적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는 존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베이비부머를 포함해 노인 인구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위치한 용학도서관은 부정적인 노인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新)노인’이 되려는 의지를 일깨우는 시민운동의 터전을 마련하려고 한다. 노인들이 능동적으로 생활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노인들의 의식개혁운동이 확산되는 한편, 노인들을 위로하기보다 일을 즐기면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여건이 하루빨리 조성되길 바란다.

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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