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당의 입법 폭주가 끝을 모른다. 사립학교법(사학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귀 닫고 눈 감은 채 밀어붙였다. 사학에 대한 조종이 울렸다. 사학의 교사 선발권은 시·도교육청으로 넘어갔다. 사학 협의회가 사학법 철폐를 외치지만 반향 없는 구호에 불과하다.

사학법 개정은 사학 법인들이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끊이지 않는 교사 채용·교비 횡령 등 비리가 빌미가 됐다. 사학법 개정을 통해 사학은 교육당국의 통제 아래에 들어갔다. 자사고 등 폐지에 이은 교육 자율성을 해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입법 만능주의의 통제 국가로 치닫는 거대 여당의 폭거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사학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 통과에 따라 내년부터 사학의 교사 임용 후보자는 교육청이 출제한 필기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자문 기구인 사학의 학교운영위원회는 공립학교처럼 심의 기구로 격상된다. 시·도 교육청은 학교장과 교직원의 징계 요구를 따르지 않은 사학의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이에 사학은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과 신규 정규 교사 채용 축소 방안도 고려 중이다.

극소수 사학의 비리를 내세워 자율성을 빼앗고 자주적 운영을 막아 사학을 말살하려는 개정안은 위헌이라는 지적이 많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현행법으로도 사학재단의 비리는 얼마든지 컨트롤할 수 있다.

대구지역 사학재단의 경우 잇단 채용 비리와 교비 횡령 등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반면 경북은 2017년부터 경북 도내 92개 사학 법인이 공동으로 신규 교사 채용 시험을 주관, 올해로 5회 차를 맞았다. 채용 비리를 원천 차단했다.

홍택정(문명고 이사장) 사학협의회 경북회장은 “순수한 비리 척결이 목적이 아니라 좌파 성향 교사들을 사학에 침투시켜 전교조 바람대로 학교를 끌고 가려는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사학법의 배경을 의심하고 있다. 사학의 설립 이념을 무시하고 교육청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있는 사학 숨통을 죄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일제 강점기 이후 나라가 어려운 시기, 독지가들이 사재를 털어 인재 육성에 나섰던 공로는 무시한 채 사학 통제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설립자의 공과를 인정해 주고 정당한 보상과 함께 사립학교를 공립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민주 국가에서 통제가 아닌 사회적 합의가 우선 돼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다수 의석에 기대 언론중재법과 의료법 개정안 등 법안을 일방 처리하는 입법 농단을 일삼고 있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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