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덩치를 가진 코끼리는 꿀벌을 아주 무서워한다. 성난 벌이 내는 윙윙 소리를 들으면 쏘일까봐 혼비백산해 도망간다고 한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 케냐에서는 농경지 등에 벌통을 설치했는데, 코끼리와 인간의 충돌을 막고 벌통에서 채취한 꿀로 소득창출 등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인도에서는 열차가 오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철로를 건너던 코끼리 무리가 사망하는 일이 있어 꿀벌의 소리를 증폭기로 재생하는 장치를 설치해 코끼리 열차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전한다. 이처럼 기발한 생각으로 꿀벌을 이용하는 것 외에도, 사람이 먹는 작물의 63%가 꿀벌의 수분작용을 통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이 멸종하고 4년 내에 인류도 멸망하게 될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우리의 삶에서 꿀벌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꿀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자연적 기후변동의 범위를 벗어나 더 이상 평균적인 상태로 돌아오지 않는 평균 기후계의 변화를 뜻한다. 온도 변화에 민감한 변온동물인 꿀벌은 지구온난화 현상의 가속화로 산란과 채집을 위한 활동이 감소했고, 이에 따라 개체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비단 꿀벌뿐만이 아니다. 기후변화는 생태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빠른 기후변화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지거나, 불리한 경쟁에 많은 생물종들이 위험에 처해있다. 토양의 수분 감소에 따른 서식지 환경의 악화로 산림이 피해를 입기도 하고, 극한 기후·기상 현상에 의한 가뭄으로 내륙습지에도 영향을 미쳐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또한, 뉴트리아 등 열대지방에서 도입된 외래종들이 증가해 서식지의 교란을 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5년 단위로 수립한다. 적응대책은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원인을 제거하거나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완화’정책만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전략으로 기후변화의 결과에 대한 대응인 ‘적응’정책의 병행을 강조한 것이다.

올해는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이 시작되는 해로 각 지방자치단체는 ‘기후변화 적응대책 세부시행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과거 기후변화 분석을 바탕으로 한 미래 기후전망에 따라 각 지역 특성 및 현실에 기반을 둔 적응대책을 마련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기상청은 기후정보포털(www.climate.go.kr)에서는 기후변화 시나리오 등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1904년 관측이 시작된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기온·강수량·습도·풍속·신(新)적설·극한기후지수 등의 기상관측 자료를 볼 수 있고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해 미래 기후전망을 분석할 수도 있다. 또한, 농업·방재·보건·산림·동물·생태 등 부문별 기후변화 영향과 취약성 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응용정보들도 담고 있다. 이러한 정보들은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활용 가이드가 제시돼 있다.

사회적·생태 시스템과 인류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정부 차원의 대책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기후변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기후 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이용하는 어떤 것들은 기후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기후위기 앞에서 기후변화의 급격한 효과를 적극적으로 완충하는 ‘기후탄력사회’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부문을 바로 알고 현재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의 과학적 이해와 함께 온난화가 어느 임계점을 넘는 순간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고 탄소중립 생활화에 다 같이 동참해야 할 것이다. 기후탄력사회로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꿀벌이 보내는 시그널의 의미를 생각해보며 생활 속 기후변화 대응 행동을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박광석 기상청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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