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사퇴 해프닝·반쪽 서약…출발선에서 ‘삐걱’

발행일 2021-09-05 17:48:2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국민의힘 공정경선 서약식 홍준표ㆍ유승민 등 불참

국민의힘 대선 경선 레이스의 출발을 알리는 ‘공정경선 서약식’이 5일 파행으로 얼룩졌다.

국민의힘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서울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역선택 방지조항’ 등에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홍준표·유승민·하태경·안상수 후보는 ‘역선택 방지조항 제외’를 주장하며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경선 후보인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을),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여론조사시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에 반대하며 서약식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행사 직전 사의를 표명하고, 이준석 대표가 만류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경선 룰을 둘러싼 당 내홍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날 서약식에 불참한 4명의 후보는 지난 4일 공동성명을 통해 “당 선관위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기로 한 경선준비위원회의 원안을 즉각 확정하라”며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공정경선 서약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 위원장을 향해 “아무런 명분도 없는 경선룰 뒤집기 시도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정 위원장은 더는 정상적인 선거 관리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해 사퇴 용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가 정 위원장을 만류하면서 사의 반려 형태로 봉합이 됐다.

이날 정 위원장은 공정성 시비와 관련해 선관위는 줄곧 공정성을 다짐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관위가 사심 없이 정한 룰에 협력하고 따라야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며 불참한 주자들을 쏘아붙였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둘러싼 논란은 이날도 계속됐다.

역선택 방지 조항에 찬성 의사를 밝혔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입장을 철회하면서 “역선택 방지를 주장한 바 있으나 정해진 룰을 바꾸는 것이 저의 가치관과 맞지 않아 멈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역선택 방지조항을 요구하는 후보는 사실상 윤석열 전 검찰총장뿐이다.

경선 룰을 둘러싼 대립 정국에서 윤 후보가 고립된 모양새다.

이에 홍 의원은 “이제 윤석열 후보 한 사람만 남았는데 그래도 미련이 남아 역선택 운운하는 것은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룰 개정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약식에서 역선택 방지조항 관련 언급 없이 “우리 당이 정말 정권교체 의지가 있는지 국민들께 확실하게 보여드리는 경선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만 말했다.

갈등이 계속되자 이 대표는 일단 선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서약식 행사에 불참한 당내 주자들을 향해 “선관위의 운영에 다소간 불만이 있다고 해서 당의 공식 행사에 불참하는 행위에 대해선 매우 우려스럽고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면서 정 위원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의사를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이 대표가 정 위원장을 거드는 것은 그의 사퇴를 적극적으로 만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중재로 당 선관위원장이 경선일정 도중 사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막았지만 내홍의 불씨는 여전해 당분간 경선 룰을 둘러싼 후유증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훈 기자 hksa70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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