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취수원 구미 이전을 둘러싼 구미지역 내 갈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정부와 환경부를 믿고 물을 줘도 괜찮다는 측과 피해가 없다는 확답 없이는 물을 줄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물을 줄 수 없다는 측이 구미시청을 찾아 반대 집회를 갖고 조건부 수용안을 밝힌 장세용 구미시장을 압박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달 장 시장이 해평취수원을 대구시와 공동 이용하겠다며 조건부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다.

이날 입장 발표는 시기상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불과 이틀 전 환경부 낙동강유역 물관리위원회의 대구 취수원 구미 이전 결정에 대해 구미시의회가 의원 전원 명의로 유감을 밝힌 뒤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구미시의회, 특히 유감 성명을 주도한 김재상 구미시의회 의장은 단단히 화가 났다.

때를 같이 해 국민의힘 국회의원들도 비난 수위를 높였다.

김영식 의원은 주민들이 지킨 물을 장 시장이 독단적으로 팔아 먹으려한다고 비난했고, 구자근 의원도 장 시장이 100억 원에 구미시민의 미래를 팔았다며 조건부 수용안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 국회의원들은 대구 취수원 구미 이전이 각종 규제를 촉발해 농축산업 등 지역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신공항 배후도시로 성장하려는 구미시의 발전에 저해를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장 시장뿐만 아니라 이를 정쟁의 수단으로 사용한다며 야당 국회의원들도 싸잡아 공격했다.

구미YMCA와 구미참여연대는 장 시장의 입장발표가 시민들의 의견 수렴과 낙동강 수질 개선 등의 근본 대책을 요구해온 시민·환경단체와 주민들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했다.

지난 1일에는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을 반대하는 구미시 범시민반대추진위원회가 구미시청 본관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영의 논리나 정치적 논리 혹은 말도 되지 않는 정당적 논리로 편을 가르려 한다며 구미를 흔들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렇다고 장 시장을 뺀 시민 모두가 대구 취수원 구미 이전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단체와 해평면 일부 주민들은 상생협의회를 만들고 장 시장 편을 들고 나섰다. 대구시가 원하는 물을 주고 발전기금 등 받을 것은 받아 지역 발전을 도모하자고 주장한다.

취수원 이전은 페놀사태 등을 겪은 대구시가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목표로 2009년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당시 홍준표 의원의 주장에 따라 안동을 취수원 이전지로 점찍었던 국토교통부와 대구시가 2010년 구미 도개면 이전 계획을 세우면서 구미시와 대구시 간 갈등이 시작됐다.

당시에도 구미지역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해당지역인 도개면과 선산읍, 옥성면 주민들이 반추위를 결성해 반대 운동에 나섰고, 공업용수 공급을 걱정한 구미상공회의소와 시민사회단체도 동참했다.

구미지역 2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구미사랑시민회의는 대구시의 취수원 도개 이전 계획을 ‘자기 집 물은 놔두고 남의 집 마당에 우물을 파고 물을 길러가는 꼴’이라며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시작한 갈등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물론 대구 취수원 구미 이전은 이젠 기정사실화됐다.

문제는 대구 취수원 구미 이전에 대한 논의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2009년부터 진행된 일인 데 구미시는 여태 뭘하다 이런 상황을 맞았냐는 것이다. 취수원 이전에 반대하는 지역 정치권은 환경부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가 취수원 이전을 결정하기 전까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구미YMCA는 취수원 이전 문제가 환경부에 의해 정치화되고 난 후에야 미온적이던 야당 국회의원과 구미시의회 의장, 시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의 눈치를 보고 내년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기자는 10여 년 전인 2010년 이 문제를 다루면서 자치단체 간 감정대립으로 비화되기 전에 문제가 되고 있는 쟁점들에 대해 충분히 점검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현명하게 풀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구미지역 여론은 찬성과 반대측으로 갈라져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마 대구시는 구미시의 내분 상황을 지켜보며 미소를 지을지도 모른다.

주민 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은 장세용 구미시장과 상대 진영이 밀어붙이니 반대해야 한다는 야당 정치인이 분열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양측은 지금이라도 분열을 멈추고 지역 발전을 위해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을 얻어야 하는 지 협의를 해야 한다. 그것이 그들이 늘 이야기하는 시민을 위한 길이다.

신승남 중부본부 부국장



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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