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들에겐 초등학교 미술 수업 시간에 포스터 그리기를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대개 반공이나 불조심 등의 내용이 많았던 것 같은데 그중 빠지지 않았던 주제 중 하나가 인구 관련 포스터 그리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대별 포스터를 보면 당시의 인구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1970년대에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란 표어가 대세였다. 가족계획이 국가 정책으로 추진된 세태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다 1990년대가 되자 ‘딸, 아들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란 표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성비 불균형에다 둘도 많다는 사회 분위기 탓이다. 2000년대 들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다둥이 집이 애국자로 대접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최근 2020년 대구·경북의 출생아가 전년도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 그 얼마 전에는 2117년 대구·경북 인구가 각각 50만 명대와 70만 명대가 될 거란 정부 보고서가 발표돼 충격을 주었다. 인구 감소는 사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다수 선진국에서 겪었거나 지금도 진행 중인 현상이다. 게다가 인구는 ‘적정 인구’라고 하는 기준 잡기가 참 애매하다. 한 국가나 한 지역의 적정 인구가 어느 정도일까 하는 물음에 대다수가 동의하는 답을 내놓기 쉽지 않기에 인구의 증감을 단순히 ‘좋다’ ‘나쁘다’로 구분 짓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렇더라도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를 다들 아는 여러 이유로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인구를 늘릴 수 있을지, 아니면 최소한 감소 속도라도 늦출 수 있을지 고민한다. 우리 세대가, 자식 세대가 살아가야 할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통계청의 ‘2020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출생아가 27만2천3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300명(-10.0%) 감소했다. 대구의 경우 1만1천193명으로 전년(2019년)보다 15.4%(2천40명)가 줄어 전국 17개 시·도 중 감소율 1위를 기록했다. 10년(2011~2020년)간 추이에서도 2012년 정점인 2만1천472명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인다.

경북도 대구와 비슷하다. 2020년 1만2천873명으로 전년보다 1천599명(-11.0%) 감소하는 등, 정점이었던 2012년 2만4천635명 이후 출생아가 계속 감소하는 흐름이다. 물론 이런 현상이 대구·경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천(-13.4%) 경남(-12.6%) 광주 (-12.5%) 울산(-12.2%) 부산(-11.7%) 서울(-11.6%) 등 모든 시·도에서 출생아가 크게 줄었다.

그러나 대구의 출생아 감소가 심각성을 더하는 이유는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과 조혼인율(인구 1천 명당 혼인 건수)이 전국 최저 수준이라는 점이다. 출생아 감소 현상이 앞으로 더 심각해질 거란 얘기다. 감사원의 ‘인구 구조 변화 대응 실태’ 보고서에는 그 결과가 수치로 나와 있다. 100년 후인 2117년에 대구·경북은 인구가 각각 54만 명과 70만 명으로 격감할 것으로 추계했다.

그럼 인구 감소를 최소한 속도라도 늦출 방법이 있을까. 정부도 몇몇 대책을 내놓고 있다. 감사원은 청년층의 수도권 유입과 급속한 초고령화를 지방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당장의 대책으로 ‘지방 혁신도시로의 수도권 민간기업 이전’을 제안한다. 또 기획재정부는 ‘지방의 광역권화’와 ‘소멸위기 지역의 자립역량 강화’를 정책 수단으로 제시한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통합이나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에서 거론된 지방거점도시 육성 등이 그 구체적 방안일 수 있겠다.

물론 이런 방안들이 지방의 인구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만능열쇠가 될 순 없다. 그렇더라도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관건은 그 ‘제대로’에 있다. 이미 공공기관 1차 지방이전에서 봤듯이 사람이 따라오지 않는 공공기관 이전은 지방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수도권 인구를 실질적으로 지방으로 옮겨가게 하는 구체적 방안을 공공기관 이전이나 지방거점도시 육성, 민간기업 이전 정책안에 녹여내는 일일 것이다. 일의 핵심은 결국 디테일에 있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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