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는 ‘모든 가정의 책상에 PC를 두게 하자’는 자신의 미션을 성취했다. 인터넷과 인간이 가진 과학기술은 ‘모든 가정의 책상’에서 더욱 확대 돼 ‘모든 사람의 손’에 PC를 들고 다니게 됐다. 지금은 너무 익숙해서 놀라운 일들이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실제 이런 변화 속에 살고 있는 기간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덕분에 인간들의 삶은 편리해졌고, 빨라졌다. 빠르고 편리함은 각 개인의 개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고, 함께 하기보다는 혼자라는 삶이 익숙해지고 있다.

함께한다는 공동체적인 인식이 뚜렷할 때는 조직도 짧은 시간에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혼자여도 되는 편리한 세상에 대한 인식은 기업에서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것에 부담을 주고 있다.

공동체적인 삶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혁신’이라는 기치 아래 큰 성과를 이뤄냈다. 기업은 빠른 성장을 원했고, 개개인도 그에 알맞은 자신의 가지실현과 맞물려 기업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는 기업의 혁혁한 발전을 이뤄냈고 인류의 문화도 급속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성과에 따른 보상을 누리는 사람들은 더 이상의 도전을 하기보다는 안주하는 쪽을 선택하고, 개성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들은 더 큰 노력을 해서 더 많은 성취를 하기보다는 일한 만큼 받는 보상을 받는 소박한(?)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더 이상 좋은 전략이나 좋은 기업환경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2014년 취임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최고 경영자인 사티아 나델라는 MS의 문제를 고정관념, 자만심, 도전하지 않는 문화라고 진단했다. 그는 당시 MS 주가 하락은 현상일 뿐, MS의 진짜 문제는 MS 내의 조직의 문화에 있다고 판단하고 사람과 문화를 바꾸는 ‘회사 문화의 큐레이션’을 최우선 업무로 설정했다. 결국 그는 취임 후 MS를 시가총액 1위의 자리로 되돌려 놓았다.

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미션과는 다른 그의 미션은 ‘지구상의 모든 사람, 조직에 더 많은 성취를 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이었다. 이 말의 의미는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 다른 조직에 성취할 수 있도록 기여한다는 의미로 파악을 할 수가 있다.

기술적인 진보와 성과가 나에게 더 이상 의미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발전하기는 어렵다. 물질적인 성공은 인간에게 온전한 만족감을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몸담은 회사의 성장이나 더 많은 성과급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다른 사람들, 인류에게 기여 할 수 있는 가치를 가진 존재라는 새로운 가치관을 심어 줄 수 있는 회사 문화 큐레이션이 필요한 이유이다. 다른 사람에게 기여함으로써 내가 살아있다는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조직문화의 새로운 관점이 절실하다.

이런 문제에 맞닥뜨린 현재 기업들은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다. 혁신을 통해 기술적인 부문, 환경적인 부분이 개선되고 난 다음 조직문화의 혁신을 통해 조직 구성원의 마음이 세팅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사람이다.

이런 때 필자는 공자의 ‘애지욕기생(愛之欲其生)’을 언급하고 싶다.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살고 싶게끔 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조직 내에서 본다면 내가 있으므로 해서 다른 사람이 여기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가? 혹은 떠나고 싶어 하는가?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을 살리고 있는가? 나만 살리고 있는가? 이런 것을 살피게 하는 말이다.

사티아 나델리의 회사 문화 큐레이션은 결국 공자의 ‘애지욕기생’을 실천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라 본다.

회사 문화 즉 조직문화의 큐레이션은 결국 가정 문화의 큐레이션과 동일선상이다. 가정의 경제 수준이 높아진 만큼 가정 문화가 큐레이션이 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더 이상의 성장을 원하지도 않을 뿐더러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도 찾지 않게 될 것이다. 모든 세대를 통틀어서 점점 혼자서 스마트폰으로 지루하지 않게 놀 수 있는 시대가 돼버렸다.

조직도 가정도 구성원들이 문밖에서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고, 할 수 있다는 의욕을 잃게 되기 쉬운 구조가 만연해지고 있다. 빠른 조직이나 가정의 문화 큐레이션이 필요하다.

장성애 하브루타창의인성교육연구소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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