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지 못한 사태다. 기정사실로 여겨졌던 ‘군위군의 대구 편입’이 경북도의회 무기명 투표에서 급제동이 걸렸다. 찬반 의견이 모두 불채택됐다. 혼란스럽다.

경북도는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속전속결로 승부수를 띄우는 모양새다. 금주 중 행안부에 ‘관할구역 변경 건의서’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도의회로부터 심의결과를 통보받았다. 그러나 서두른다고 해결될 성질의 사안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군위군민들은 사생결단이다. ‘편입이 안되면 통합신공항도 없다’며 대놓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의 무산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도의회는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 도민의 대표로서 명확한 의견을 제시할 책무가 있다. 하지만 ‘경북도 관할구역 변경에 대한 의견제시의 건’은 이달 초 도의회에서 찬성과 반대 2개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찬반 모두 의견 없음’이란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미 마음 떠난 군위, 붙잡을 수 있나

표결 결과를 두고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도 있다고 한다. 편입 찬성안은 1표 차이로 부결된 반면 반대안은 상대적으로 많은 표차가 났다는 것이다. 의미없는 아전인수격 해석일 뿐이다. ‘의견 없음’도 도민의 뜻이라는 강변도 나온다. 말같지 않은 변명이다.

경북의 도세(道勢)를 지키려는 도의원들의 충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군위군의 대구 편입은 지난해 통합신공항 이전지 확정 과정에서 약속한 사항이다. 도의원 60명 중 53명이 서명까지 했다. 그런데 그 중 20여 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공개적으로 약속한 자신들의 의정행위에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이다.

군위군민의 마음은 이미 경북을 떴다. 붙잡고 있는다고 경북에 대한 소속감을 되살릴 수 있겠는가. 분란만 커질 따름이다. 군위는 대구편입이 성사될 때까지 통합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각종 행정절차에 협조를 안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신공항 건설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7월 말 통합신공항 입지 문제는 파국 직전까지 갔다. 마지막 순간 대구 편입을 전제로 군위가 수용했다. 당시 상황은 급박했다. 원했든 아니든 도의원들의 서명은 군위의 입장을 양해한 결과가 아니었던가.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났다. 반대한다고 쉽게 중단시킬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제 사태를 어떻게 풀 것인가. ‘행정구역 개편 건의서’가 제출되면 행안부에서는 입법 절차에 들어가거나 도의회 의견 재청취 또는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시간만 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의회의 찬성의견이 행정구역 개편의 법적 필수사항은 아니다. 그렇지만 주민 대표기관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행안부가 정부입법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찬반 의견이 엇갈려 논란이 일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의원입법도 선거구 조정 등 변수가 많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도세 지키기와 신공항, 무엇이 중요한가

행안부가 도의회 의견을 재청취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양새가 나빠 도의회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 지역의 주민 대표기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행안부의 지적을 거쳐 푸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주민투표는 더 문제가 많다. 행안부 차원에서도 요구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결과에 따라 더 큰 혼란이 일 수 있다. 도내 시군 간 첨예한 지역갈등도 우려된다. 도의원들의 무소신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게 됐다는 비난도 불가피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할 수 있다지만 선거 이슈에 묻혀 주민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어떤 방법을 선택해도 제대로 된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경북지역 자체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서둘러서는 안된다. 지금으로서는 행안부 건의서 제출을 조금 미루고 시간을 벌어야 한다. 그런 뒤 경북도 차원에서 도의회 의견 재청취 절차를 밟는 것이 합리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의회의 결단이다. 군위군을 경북에 붙잡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대구·경북 모두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신공항 성공이 중요한가. 시도민들은 근본적 물음에 대한 답을 기다린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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