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어같은 말투에 이목 집중 …특유의 친숙한 화법으로 주부 고객 공략 ||유통가 달인- &

▲ 이마트 월배점 김건우 파트장이 매장 방송을 통해 신선식품 특가상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이마트 월배점 김건우 파트장이 매장 방송을 통해 신선식품 특가상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가 끓이면 왜 된장찌개 맛이 없지’라고 생각하시는 어머님들 있으시죠? 오늘 들어온 물 좋은 꽃게 한 번 넣어보세요. 무릎 탁 치는 된장찌개 맛이 나올 겁니다.”

“마트 이곳저곳 둘러봐도 마땅한 저녁 찬거리 못찾으셨다고요? 시뻘건 묵은지에 통마늘, 대파, 양파에 삼겹살 한덩어리 올려 칼칼하게 끊여 잡숴보세요. 밥도둑이 따로 없을 겁니다.”

이마트 월배점에 가면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있다. 구수한 사투리가 흘러 나오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주부들의 고민을 꿰뚫고 있듯 밥상 메뉴를 제시하기도 한다.

단골 고객 사이에서는 그의 말투나 어투를 따라할 고객이 생길 정도로 월배지역 명물로 통한다.

이마트 월배점 김건우 캐셔 파트장의 이야기다.

올해 입사 18년차인 김 파트장은 수산파트를 시작으로 고객과 접점인 판매 현장 곳곳을 거쳐간 영업 베테랑이다.

고등어 갈치도 구분 못할 정도로 수산물에 문외한이던 그는 입사 얼마 지나지않아 수산물 손질 칼잡이가 다 됐다. 손질 정확성이나 속도감에서 남보다 빠른 적응과 성장에 ‘수산물 달인’으로 TV프로그램에 소개까지 될 정도였다.

“가장 신선할때 고객들이 드실 수 있도록 그날 들어온 신선식품을 다 팔고 싶은 욕심에 손질에 속도를 냈고, 영업에도 직접 뛰어들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김 파트장은 선도가 생명인 신선식품을 제때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싶은 마음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게 지금 방송 마이크를 잡는 계기가 됐다.

그는 대형마트 신선식품 매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던 선착순 할인이나 타임세일과 같은 즉흥적 프로모션을 알리는 샤우팅 마케팅의 원조격으로 통한다.

방송을 통하거나 판매 현장에서 직접 목소리를 내 영업할 때 나름의 철칙이 있다. 쇼핑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자는 것.

“추상적 표현은 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면서 친근함 유대감을 형성하면 상호간 신뢰가 형성되는데 이게 영업 비결이라면 비결이죠.”

얼마전 월배점에서 열린 김천쌀 직거래장터에서도 김 파트장의 목소리는 통했다. 김천에서 행사를 위해 직접 대구까지 와 판매했으나 반응이 시원찮은 상황.

캐셔 파트장인 김 파트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고 ‘제대로 된 밥맛을 느껴보시라. 쌀로 유명한 김천에서 막 갖고 온 김천쌀이 지금 중간 유통마진을 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방송을 했고 결국 판매수량을 소진시켜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이쯤되니 업계에서는 이미 입소문이 자자하다. 타지역 이마트에서 벤치마킹차 월배점을 방문하는 일도 있었다. 그는 대본까지 직접 만들어 해당 점포에 영업 노하우를 가감없이 전수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다. 특히 캐셔 파트장으로 보직을 받아 영업 최일선과도 거리가 있다. 그래도 그는 마이크를 잡는다.

“이력서를 수십군데 냈으나 퇴짜를 받으며 자존감이 떨어져 힘든 시기가 있습니다. 부도로 가정 형편도 나빠지고 가족 건강문제마저 생기면서 불행이 한꺼번에 찾아왔죠. 그 순간 이마트에 취업이 됐습니다. 구세주와 같았는데 영업 일마저 너무 재미있는 겁니다. 출근해서 에너지를 얻어오죠. 덩달아 자신감도 붙었고. 그러면서 불행터널에서 조금씩 나오게 됐어요. 그야말로 이(이곳) 마트에서 인생의 신세계를 얻은 셈이죠. 신바람이 날 수 밖에요.”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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