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강남서 꽃핀 농부의 꿈…희망토

발행일 2021-09-14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창경센터 PICK<7>희망토

도시농업 체험농장 운영, 연간 3천 명 방문

도시농업 가치 전파하고파, 청년 농업인 양성 매진



희망토 서종효 대표(오른쪽)가 동업자인 강영수 이장(왼쪽), 유경호 이장(가운데)과 함께 농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대구 수성구는 지방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곳이다. 학군·상권·교통·주거 인프라 등이 집약돼 흔히 서울의 강남과 비교되곤 한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에서 도시농업의 가치 전파에 힘쓰는 청년 농업인이 있다. 희망토 서종효(34) 대표 이야기다.

희망토는 수성구 최대 주거밀집지역인 시지지구 일원에 약 3만㎡(9천 평) 규모의 도시농업 체험교육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3천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그의 농장에서 농업의 가치를 온몸으로 배워간다.

희망토 농장에서 도시농업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서 대표는 이곳에서 도시농업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청년 농업인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유튜브 활동을 통한 도시농업 전파에도 열심이다. 지난해 시작한 유튜브 구독자가 1만 명에 달한다.

도시농업은 대구에선 아직 낯선 개념이다. 2012년 도시농부 육성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된 도시농업은 수도권 대도시를 중심으로 널리 확산됐다.

도시와 농업은 다소 역설적인 개념이지만, 의외로 궁합이 좋다고 서 대표는 설명했다.

농업은 대기를 정화한다. 특히 회색빛 콘크리트 도시에서 녹지를 확보함으로써 오염된 대기를 분산·희석한다. 도심 열섬화 예방 및 생태계 유지기능도 포함된다.

사람의 정서 순화에도 기능을 한다. 심리상태를 안정시키고 생활의 여유를 갖는 것은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더욱 필요하다. 환경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된다. 생태계를 직접 보고 체험하게 함으로써 효과적인 환경 교육을 실행할 수 있다. 운동 효과는 덤이다.

“삽질 30분이면 헬스장에서 러닝머신 2시간 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직접 재배한 채소 맛 들이면 다른 채소 못 먹습니다.”

서 대표가 도시농업의 매력에 빠진 것은 대학교 때다. 기아 문제에 고민이 많던 그는 농업에서 해답을 찾았다. 어찌 보면 단순한 접근법이었지만, 오늘날의 서 대표를 만든 결정이기도 하다.

66㎡가량의 작은 캠퍼스 텃밭에서 시작된 그의 꿈은 곧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했다. 동업자들이 생겨났고,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2012년 희망토를 설립했다.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나면서 그의 꿈은 3만3천㎡, 500배 확장됐다.

도시에서 농업을 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도심 속 공간 확보가 가장 문제다. 시지지구에 정착하기까지 희망토는 10여 곳을 떠돌아야 했다. 비용 문제는 두말할 것도 없다. 천재지변도 걱정해야 한다. 농업 기술 연구를 쉬지 않지만, 대자연의 힘 앞에선 여전히 인간은 무력한 존재다.

이렇게 힘든 도시농업의 길이지만, 농장에서 행복해하는 시민들을 보면 사회적으로 공헌하고 있다고 느껴 뿌듯하단다.

희망토의 가능성을 일찍이 알아본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로컬 크리에이터로 지정하고, 경영 및 투자 컨설팅을 진행했다. 사업비 8천만 원도 지원받았다.

그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그의 어깨에는 대구청년농업인 회장이라는 무거운 짐이 얹어졌다. 대구 농업에 대한 정책 발굴과 청년 농업인의 지위 향상을 위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 대표는 “도시농업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농업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게 최종 목표”라며 “농업이 죽으면 나라가 죽는다. 지역 청년들이 농업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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