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초저금리시대 마감

발행일 2021-09-15 13:09:4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15개월 만에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한은이 발표한 인상 배경은 가계빚 증가와 집값 폭등, 물가 상승 등을 통화량 조절을 통해 억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경기 침체가 심각한 가운데 특히 당장 생활고를 걱정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과 소상인들에겐 기준금리 인상이 위기 신호가 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낸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으나 국내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추가 인상 시기를 이르면 올해 11월께, 늦어도 내년 1분기 중에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금융이자 부담 증가로 기존 대출자들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을 거란 우려도 있다.

대구·경북에서도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적잖을 거란 게 지역경제계의 전망이다. 지역 금융권에 따르면 지역의 전체 대출 규모(2021년 상반기 기준)가 216조 원이고, 또 자영업자들의 대출 규모(2020년 말 기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자영업자들의 대출연체율(2020년 말 기준, 30일 이상 연체한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에서는 적신호로 간주하고 있다. 대출 연체율의 경우 같은 기간 다른 지역에서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역 금융권에서는 자영업자들의 높은 대출 연체율이 지역경제의 구조적 특징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지역 경제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니 대출 연체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대구시의 자료를 보면 대구에서 일반음식점의 폐업 건수는 2020년 상반기 1천348건에서 2020년 하반기 1천428건, 2021년 상반기 1천173건 등이었다. 월평균 대략 200여 개의 식당이 간판을 내렸던 셈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과 이와 연동된 금융권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지역민들에게 더 큰 불안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리 인상 시기에는 기존 대출자들의 경우 원리금 장기 분할상환이나 고정금리 대출 전환 상품 등으로 옮겨 가는 게 리스크를 줄이면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 기준금리 인상과 시장 반응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월26일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 오른 0.75%로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기준금리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인하된 이후 지금까지 15개월 동안 동결돼 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누적된 금융 불균형을 완화해 나가겠다는 필요성 때문에 첫발을 뗀 것'이라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가계부채가 1천800조 원(2021년 6월 말 기준)을 넘어서고 집값이 폭등하는 등 금융 불균형이 심각해진 만큼 금리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반응이 우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권의 대출 규제가 본격화하면 이자 부담 때문에 빚을 내 부동산,주식에 투자하는 소위 ‘영끌’,‘빚투’가 어려워질 것이고, 그 결과 투기 수요가 감소하면 부동산 가격도 점차 안정세를 찾게 될 거란 낙관론이다.

또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하고 있지만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경기 회복에 부담이 되지 않을 거란 정책 당국의 판단에 동조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0%로 유지했다.

그러나 이미 금융권의 대출 규제 강화 움직임이 시작된 데다 기준금리 인상까지 맞물리게 되면서 향후 그 파장을 낙관할 수만은 없을 거란 분위기도 있다.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2020년 4분기 말 기준)에 따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2조9천억 원, 0.50%포인트에 5조9천억 원, 1.00%포인트에 11조8천억 원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현재 423만 명으로, 이들의 대출금만 517조6천억 원에 이른다는 점도 시장의 부담 요인이 될 거란 예상이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가 자영업자라는 점은 정책 당국에서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란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더 나쁜 상황은 개인들보다 대출 규모가 큰 중소기업이 금융비용 부담 증가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되면 은행 부실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 증가를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 대구,경북 영향은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기준 대구·경북지역의 대출 규모는 216조 원이며, 이를 기준으로 추산한 지역민들의 이자 추가 부담분은 연간 5천4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올해 연말이나 내년 1분기께 실제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있게 되면 기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 압박감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을 거란 전망이다.

대구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많은 점도 지역으로서는 금리 인상이 부담스러운 이유이다. 지역경제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많은 대구경제 특성상 금리 인상은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나 소상인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역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지 않도록 정부와 금융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대구·경북지역 대출 변화 및 잠재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2020년 한 해 동안 대구·경북에서 신규 대출한 자영업자 수가 2019년보다 31% 증가한 24만2천700명(대구 12만6천900명, 경북 11만5천9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자영업자 평균 신규대출 증가율(24.1%)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또 대구·경북 자영업자 대출 규모(2020년 말 기준)는 74조 원으로, 2019년 말 대비 10조6천억 원(16.8%)이 늘었다. 2020년 3월까지만 해도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이 10%를 밑돌았으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지역에서는 코로나 사태 이후 매출 감소와 영업 중단, 폐업 등의 여파로 대출 연체율도 증가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대출 자영업자 가운데 30일 이상 연체한 비율이 0.71%로 전년보다 0.08%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구에서만 나타난 현상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대출은 저소득, 고신용, 고령층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많이 증가했다. 소득 수준별로 세분화하면 고소득층에서 12.8% 증가한 데 비해 중소득층과 저소득층에서는 각각 32.9%와 22.9% 증가했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사진설명-

가계빚이 1천800조 원을 넘어서며 가계부채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월26일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0.75%로 인상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코로나 사태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나 소공상들에 위한 별도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①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한 8월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② 8월26일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현황판 모습, ③ 가계빚과 함께 기준금리 인상의 배경이 된 가격이 고공행진 하는 아파트 단지들. 연합뉴스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