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그루밍, 위장수사로 잡는다

발행일 2021-09-23 08:56: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채유진 대구남부서 경무계 행정관

지난해 ‘N번방 사건’은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상대로 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을 크게 높인 계기였다. 이후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그루밍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온라인 그루밍(Online Grooming)이란, 피해자와 온라인을 통해 친밀감을 쌓아 성적으로 유인·착취하는 디지털 성폭력 범죄를 의미한다. 주로 △피해자 물색·접근 △신뢰 쌓기 △피해자 욕구 충족 △고립하기 △자연스러운 신체접촉, 유도 단계를 거쳐 성적인 관계 형성, 회유와 협박을 이용한 통제로 이어진다.

온라인 그루밍 수법으로는 랜덤 채팅 어플을 통해 만나 친밀한 관계를 쌓은 후, 갑자기 신체 사진 요구, 오프라인 만남 강제 및 영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다. 또 모델 아르바이트, 온라인 데이트 아르바이트 등 고액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접근한 뒤 채용 계약서로 신상 정보를 수집 후 수위 높은 사진을 요구하고, 거부하면 협박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따르면 온라인 그루밍은 피해자 중 아동·청소년 비율이 78.6%로 다른 유형의 사이버 성폭력보다 미성년 피해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주로 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져 피해 당시에는 자신이 성범죄 대상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피해자들은 그루밍으로 가해자에 대한 정서적 의존도가 높아져 신고하기 두려워 한다. 지금까지는 온라인 그루밍을 하더라도 성매매, 성착취물 제작과 같은 범죄가 발생하지 않으면 처벌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오늘(9월24일)부터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를 처벌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이 시행된다. 일부 개정법률에 따라 아동이나 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고자 온라인으로 대화나 성적 행위를 유도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수사 효율성을 향상 시키기 위해 경찰의 위장수사도 가능해진다. 경찰이 신분을 감추고 범죄자에게 접근해 증거를 수집할 수 있고, 미성년자로 위장할 수도 있다. 온라인 그루밍은 특성상 범행이 내밀해 피해자의 신고가 없으면 적발하는 것이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더 심각한 성범죄로 발전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어린 나이에 피해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2차 피해까지 발생하기 쉬워 피해 회복이 쉽지 않다. 개정법 시행과 더불어, 아동과 청소년들이 성범죄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적극적인 예방 교육과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개정법 시행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온라인 환경이 되기를 바란다.

채유진 대구남부서 경무계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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