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시시비비/ 지방대학들의 생존 투쟁

발행일 2021-09-23 15:50:0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2022학년도 대학입시가 지난 10일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지난해 유례없는 대규모 미달사태를 겪었던 대구·경북권 대학들은 수시 원서접수 때부터 경쟁률을 살피며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치욕을 겪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의 바람과 달리 올해도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진 않는다.

최근 지역의 한 입시전문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학년도 대구·경북 4년제 대학 예상경쟁률이 0.9대1 정도이고, 여기에 전문대 입학정원을 더하면 예상경쟁률이 0.71대1로 더 낮아질 거란 전망이다. 올해 대구·경북 수능시험 지원자는 전년도보다 1천여 명 늘었지만 타지역으로 가는 학생들을 빼면 사정이 별로 나아질 게 없을 거란 분석이다. 특히 중하위권 4년제 대학과 전문대의 인문계열 비인기 학과의 경우 올해도 대규모 미달 사태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다.

이런 분위기를 일찌감치 파악한 지역 대학들은 신입생 확보를 위해 총력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많은 대학이 장학금 혜택을 확대하고 있으며,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만학도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일부 대학은 트렌드를 반영한 학과를 이미 개설했거나 신설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학의 생존 위기가 지방의 위기와 그 궤를 같이한다는 점이다. 출생아 감소가 추세화 하면서 학령인구 감소는 더 심각해질 것이고, 또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서울권 대학에만 눈을 맞추고 있는 현실은 변화 가능성이 요원해 보인다. 게다가 지방대학 간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 중하위권 대학들은 존립마저 위태로울 지경이다. 근본적으론 물론 학벌 중심 분위기와 일자리라곤 씨가 말라가는 형편인 지방경제의 현실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최근에는 지방대학들을 구하기 위해 지자체들까지 나서고 있다. 경북도는 얼마 전 시·군, 대학과 머리를 맞대고 대학발전 전략 방안을 논의했다. 여기에서는 장학사업을 비롯, 특성화 인프라 개선, 지역사회 공유형 캠퍼스 조성안 등이 핵심 정책과제로 다뤄졌다. 영주시에서는 대학의 자체 노력과는 별개로 지역사회 차원에서 대학을 지원하기 위해 시의회, 기관단체, 시민단체 들이 참여한 지역협의체를 구성했다.

정치권에서 유행하는 구호 중에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라는 게 있는데, 얼마 전부터는 ‘대학의 존폐 위기가 곧 지역의 위기’라는 구호가 들리기 시작했다. 요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각 정당의 대선 경선에서도 지방대학 문제는 중요한 이슈다. 홍준표 후보는 얼마 전 포항을 찾아 포스텍에 연구중심 의과대학을 유치하겠다고 밝혀 지역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지방대학 자체에서도 지역과의 협업, 상생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경북대미술관은 최근 대학 주변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사업을 문화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전시회를 개최해 호응을 얻었다. 캠퍼스 안에서만이 아니라 생업 현장과의 협업으로, 대학과 지역민이 함께하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대학과 지자체만의 힘만으론 한계가 있다. 역시 법과 제도, 예산을 쥐고 있는 중앙정부가 힘을 보태야 한다. 얼마 전 경북도는 지방대 육성정책 수립 과정에 지방정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과 대통령 직속으로 지방대학육성위원회를 설립할 것을 중앙정부에 건의할 거라고 밝혔다. 또 학부생 2만 명 이상 수도권 대학들의 정원 감축과 지방대 육성을 위한 포괄보조금 지급 등도 건의할 계획이라 한다. 실제로 정책에 반영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지방대 위기가 근본적으로 수도권 일극화가 낳은 문제라는 인식의 공유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한다.

나아가 이참에 경북도와 대구시 그리고 일선 시·군·구 등 모든 지자체는 지방대학 졸업생들의 취업 문제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길 기대한다. 대학은 그 지역 산업 특성에 맞게 맞춤형 학과를 개설하고, 지자체는 예산에서, 기업들은 일자리 제공에서 서로 공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 위기의 해결 주체는 대학임이 틀림없다. 도움도 받아들일 준비가 된 다음에야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법이다. 일부 사립대학들의 경우 재단의 학교 사유화나 불투명한 경영 등이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학은 이런 문제 해결에 먼저 나서야 한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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