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남 기자

사회2부









추석 연휴에 구미 상모동의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찾았던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창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보수단체 회원들로부터 수모를 겪었다.

박정희 대통령 생가는 대통령 선거는 물론 지방선거 마다 보수진영 후보들이 찾는 보수의 성지로 꼽힌다.

박정희 대통령의 향수가 짙은 대구·경북의 민심을 얻는데 아마 이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또 다른 예비후보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 최재형 전 감사원장, 홍준표 의원도 이곳을 다녀갔다.

하지만 윤석열 전 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환영받지 못했다.

우리공화당원들과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참배를 막고자 실력행사를 한 것이다.

이들은 윤석열 전 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보다 먼저 박 대통령 생가에 도착한 후 생가의 입구를 막고 두 명의 예비후보를 에워싼 후 물러가라고 외쳤다.

윤 전 총장에게는 “죄 없는 대통령을 구속한 윤석열은 물러가라”며 고함을 질렀고 유승민 전 의원에게는 “배신자를 응징하겠다”는 경고와 함께 욕설을 내뱉었다.

특히 한 보수 유튜버는 욕설을 하며 유승민 전 의원에 달려들며 위협하기도 했다.

이날 상황에 대해 일부 언론은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극우의 성지’라고 보도했다.

2018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이 당선돼 정치의 새바람을 일으킨 구미가 ‘극우의 성지’로 불린 것이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 생가에 몰려와 소동을 벌였던 보수단체 회원 대부분은 구미시민이 아니다.

이들 때문에 구미시민 모두가 ‘극우’ 취급을 받는 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적잖게 억울한 일이다.

이날 소동에 대해 구미지역 보수단체 회원들이 우리공화당원의 행동이 과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구미의 한 보수단체 회원은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것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예비후보들의 출입을 막고 욕설을 하는 것은 심했다. 구미가 그렇게 만만한가”라고 반문했다.

우여곡절 끝에 두 명의 예비후보 모두가 참배할 수 있었지만 아마도 무척 씁쓸한 기억을 안고 구미를 떠났을 거라고 생각된다.

박정희 대통령은 조국 근대화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이끈 지도자로 평가 받고 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의 생가는 구미시민의 자긍심이기도 하다.

시민의 자긍심이 정치적인 이유로 짓밟혀서는 안 된다.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특정 집단이 자신들의 뜻과 다르다고 해서 존경과 예를 갖추고 박 대통령을 찾는 방문객에게 욕설을 하고 위협을 가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더 이상 특정 정치집단으로 인해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 ‘극우의 성지’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일이 없길 바란다.







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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