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마케팅 달인’ 꿈꾸는 새내기 마케터 ||보컬부터 패션업 창업, 공익 위한 크라우

▲ 입사 1년차 김용현씨가 현대백화점 대구점 9층 하늘정원을 둘러본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늘정원은 앞으로 그가 마케터로 뛰어놀 좋은 재료 중 한 곳이다.
▲ 입사 1년차 김용현씨가 현대백화점 대구점 9층 하늘정원을 둘러본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늘정원은 앞으로 그가 마케터로 뛰어놀 좋은 재료 중 한 곳이다.


풍부한 경험을 무기 삼아 유통가 발을 들여놓은 새내기 마케터가 있다. 트렌드나 시대 흐름에 민감한 유통업, 그 중에서도 찰라의 순간에 승부를 거는 ‘마케팅 달인’을 꿈꾸는 청년이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판매기획팀 마케팅파트 김용현(28)씨.

스펙트럼이 넓은 입사 전의 이력이 화제가 된 인물이다. 입사 후에는 첫 기획한 공익형 프로젝트나 2만6천여 명을 불러모은 ‘앤디워홀 전시회’가 그의 손을 거쳐갔다.

민감한 트렌드를 읽고 선도하거나 매출로 연계하는 것이 마케팅의 힘이라는 점에서 마케팅파트가 주목받는 이유다.

김씨의 첫 프로젝트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한 공익적 행사다.

‘더현대 플로깅 대구’로 명명된 그의 첫 작품은 쓰레기를 줍고 걸으면서 깨끗한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백화점 방문접수로 사람들을 백화점으로 먼저 불러들였다. 참가비가 있는 유료 이벤트인데도 200여 명이 참여해 나름의 성과도 거뒀다.

“생각에 머물렀던 아이디어들이 갈무리돼 나오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MZ세대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그들에게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고 가치를 공유할 수 있었다는 데 보람을 느낍니다.”

실제로 SNS 등에는 당시 '플로깅 이벤트' 에 참여한 고객들이 ‘보람있는 일에 동참하며 뿌듯했다’는 내용으로 작성한 후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입사 1년이 채 되지 않은 막내 직원인 김씨는 ‘날 것’의 아이디어를 끄집어 내는 일에 주저함이 없다.

스펙트럼이 넓은 경험과 이력이 있어 가능했다.

경남 하동 출신인 그는 음악이 좋아 고교시절 도시(부산)에서 실용음악을 공부했다. 음악학원을 찾아다니며 수년간 노래도 부르고 밴드활동도 했지만, 이상과 현실 속 재능에서 온 차이를 확인하고 대학 진학을 미룬 채 입대부터 했다.

군 생활 중 입시 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제대 후 무역학과에 진학했다.

뒤늦게 대학에 들어간 뒤로는 경험의 폭이 더 넓어졌다. 음악과 함께 옷과 같은 패션을 좋아한 그는 은·동 등을 소재로 한 액세사리 업체를 창업했다. 디자인부터 제작·판매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쳐갔고, 리오더 제품이 생길 정도로 제법 인기도 끌었다.

패션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유통업의 정점으로 통하는 백화점 입사로 그를 인도했다.

▲ 크라우드 펀딩으로 기획·제작해 판매된 장갑. 제품은 펀딩에 성공해 판매에 이르렀고 수익금은 소방관 지원을 위해 사용됐다.
▲ 크라우드 펀딩으로 기획·제작해 판매된 장갑. 제품은 펀딩에 성공해 판매에 이르렀고 수익금은 소방관 지원을 위해 사용됐다.
마케터로 내놓은 공익 목적의 ‘플로깅 이벤트’도 갑자기 등장한 건 아니다.

대학시절 소방장비가 노후했다는 뉴스를 본 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뒤 곧바로 실행에 옮긴 그는 소방관을 상징하는 빨강색의 방한장갑 내놓아 펀딩에 성공했고, 수익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마케터로 역량은 각종 공모전 경험에서도 확인됐다.

‘꿈’을 주제로 한 한국장학재단 공모전에서 그는 팀을 만들어 ‘대한민국의 꿈’ 으로 꿈의 영역을 확장한 포트폴리오를 제출했고 당선까지 되면서 미국을 다니며 한국의 잊혀진 문화재를 찾는 기회를 거머쥐었다. 금융사가 주관한 OR코드 결재를 주제로 한 광고영상 공모전에도 ‘찍는 것도 습관’이라는 카피라이트를 히트시키며 중국 탐방의 기회도 얻었다.

김씨는 “그동안 경험들은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꺼내고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추진력을 얻는 시간이 됐다”며 “판촉마케팅 영역 역시 정형화된 일이 아니고 여러 일들을 경험할 수 있다보니 즐겁게 일을 배우고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휴일이면 아이디어를 얻는 연장선에서 도시 구석구석을 다니고 본다. 언젠가 대중이 주목하는 프로젝트를 내놓을 시간을 예고하듯.



▲ 김용현씨가 현대백화점 대구점 9층 하늘정원에 설치된 흰디 빌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흰디는 현대백화점의 자체 캐릭터다.
▲ 김용현씨가 현대백화점 대구점 9층 하늘정원에 설치된 흰디 빌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흰디는 현대백화점의 자체 캐릭터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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