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 미 이프 유 캔

발행일 2021-09-28 17:01:2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누구나 대박을 추구한다. 크게 성공해 이름을 떨치고 싶은 마음은 본능에 가깝다. 정치든 예술이든 그 무엇에 종사하든 대박을 터트리고픈 꿈이 있는 법이다.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는 인간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장이다. 대궐 같은 카지노엔 잭팟을 노리는 사람들로 인성만성이다. 일본엔 가는 곳마다 파칭코가 즐비하고 많은 사람이 머신 앞에 앉아 ‘오오아타리’를 기대하면서 헛손질을 한다. 경마장은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복권가게엔 지푸라기라도 거머쥐고픈 사람들이 복권을 긁는다. 투견, 투계, 격투기 등 사람 사는 곳에는 예외 없이 각종 투전판이 벌어진다. 대박을 쫓는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일확천금을 쫓는 연장선상에 부동산개발사업이 있다. 성남 대장동에 대박이 묻혀있다는 건 누가 봐도 감이 온다. 오래 전부터 탐내는 사람이 많았지만 쉽게 먹을 수 없는 뜨거운 감자다. 대박이 날 건 불을 보듯 뻔한데 다들 군침만 흘리고 있다. 이런 경우 힘 있는 자가 먹는 것이 정글의 자연법칙이다. 개발사업에서 힘 있는 자는 허가권자이고 성남시장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다. 선출직의 입장은 난감하다. 직접 대박을 캐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을 주긴 아깝다. 대박이 묻힌 땅을 보고만 있는 일은 괴롭다.

고민하다가 보면 묘책이 나온다. 남을 주는 것처럼 꾸며서 우회적으로 먹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민관합작이 한 방법이다. 명분은 관이 갖고 실리는 민간이 갖는 구조다. 관은 판을 깔고 최대한 편의를 봐주면서 명분을 세울 정도의 수익을 취한다. 민간은 수익을 최대로 낼 수 있는 사업을 기획해서 신속히 실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용적률과 시간은 곧 돈이다. 용적률을 늘리고 시간을 줄이는 게 관건이다. 용적률을 최대로 조정하고 사업기간을 최단기간으로 단축하는 일이 요체다. 수요는 충분하다.

뒤탈이 없게 하려면 과실을 독식하지 않고 함께 나누는 게 기본이다. 파이는 최대한 키우고 분배는 시원하게 하는 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안전한 길이다. 일차적으로 관에 최소한도로 배분해 기본적인 명분을 세워주고 나머지는 우선주와 보통주를 활용해 민간에 몰아준다. 진입도로나 공원 같은 걸 만들어 기부체납하면 일거양득이다. 그런 공공인프라는 집값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까닭에 설사 관이 지분 참여하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조성해야 할 판이다. 관이 눈감고 있어도 민간이 알아서 챙겨주는 게 신뢰다.

사업구역에 속하는 지방도로를 파는 재미도 쏠쏠하다. 쓸모없던 길이 개발사업 덕분에 금싸라기로 둔갑해 관은 그냥 돈을 쓸어 담는다. 이런 수입을 기부체납분과 함께 개발이익환수로 분류·합산해 시민들에게 나발 불고 다니면 다음 선거 땐 표를 쓸어 담는다. 이를 발판으로 광역단체장을 점령하고 청와대로 진격하는 거다. 대통령 자리라고 별 거 있나, 먼저 앉으면 주인이지. 요령껏 머리만 잘 돌리면 권력이 의외로 쉽게 손아귀에 들어온다. 도덕 책 읽으며 머리 싸맬 필요 없다. 법전의 틈새를 공략하면 돈과 권력의 패키지가 쏟아질 터다.

돈 벼락을 맞을 건 확실하다. 그 공헌이 누구에게 있는 건지 주지시키는 작업이 긴요하다. 그 공헌도는 수익을 배분하는 기초자료다. 일등공신의 몸통이 공권력의 뒤에 숨어있다는 문제가 있긴 하다. 베일 속 몸통에게 법망을 피해 합당한 배당을 주는 일은 난해하다. 복잡한 문제의 답은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배당구조를 될 수 있는 대로 복잡하게 꼬고 추적이 불가능하게 자금 흐름을 설계하는 것이 그 전제다. 권력자를 끌어들이고 돈을 푸는 건 기본이다. 일자리는 유력한 수단이다. 영향력 있는 자의 자녀를 직원으로 채용하고, 은혜를 입은 자를 고문으로 엮는 것이다.

마무리가 핵심이다. 무책이 상책이다. 자발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최선이다. 양심상 은공을 되갚을 방법을 찾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합법적 후원과 그림자 스폰을 통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공헌에 못 미칠 수 있고 누수가 클 수 있다. 허나 작은 데 매여선 큰일을 도모할 수 없다. 통 크게 놀아야 한다. 누수는 위험 프레미엄 정도다. 질투가 나고 얄밉다면 재주껏 한번 잡아보라지. ‘Catch Me If You Can’. 디카프리오를 초빙해 자문을 받아 봐도 좋다.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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