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는 장기전이다

발행일 2021-10-05 13:59:4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코로나 방역대책과 관련해 정부는 11월 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가겠다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는 사람과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불어 살아간다는 뜻이다. 이는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의미이고, 공성전에서 방어선이 무너져 일상 속에서 게릴라전 내지 장기전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이다. 백신 접종률이 집단면역 발생지점을 넘어서고 있으나 확진자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과 맥락을 같이한다. 최근 대종을 이루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결정적이다.

변이가 쉬운 바이러스는 백신으로 예방하는데 한계가 있다. 백신 개발보다 변이가 한 발 앞서가기 때문이다. 독감 바이러스도 수시로 변이하기 때문에 그 해 유행할 변이 병원체를 예측해서 그에 맞는 백신을 투여할 뿐 완벽하게 예방하는 것은 힘들다. 코로나 백신도 마찬가지다. 애초 집단면역은 기대난망이었는지 모른다.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고 델타 변이 유행은 예견된 상황이었을 법하다. 올바른 정보를 주지 않고 백신 접종만 제대로 하면 코로나를 정복할 수 있다는 듯이 홍보한 점은 기만이다.

물론 변이가 된다하더라도 백신을 맞으면 위중증률과 치명률이 떨어질 것이므로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맞는다. 하지만 코로나가 변이를 통해 백신을 비켜갈 수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밝히지 않고 백신 접종만 하면 만사형통이라는 식으로 몰고 간 것은 미필적 고의로 국민을 우습게 본 증좌다. K-방역의 성공을 자랑하면서 백신 접종만 끝나면 집단방역에 도달할 수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성급한 오판이었다. 곧 일상으로 돌아가리라 기대했던 선량한 국민에게 경과를 소상히 해명하고 사죄할 일이 있다면 사죄해야 한다. 위드 코로나란 낯선 말로 본질을 가리고 국면전환을 꾀하는 모습은 떳떳하지 못하다.

위드 코로나가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사전 대비를 철저하게 해야 혼란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규제 위주의 일방적 방역정책에서 방역과 치료라는 이원적 체계로의 전환이 화급하다. 정부는 방역의 고삐를 놓지 말아야 하며 감염자가 급증할 수 있는 상황에 대응한 효율적인 의료시스템을 주도면밀하게 구축해둬야 한다. 위드 코로나는 방역과 치료에 만반의 태세를 갖추는 일부터 선행해야 하는 선택지다. 영업시간 제한, 사적 모임의 인원제한, 각종 영업제한 등 불합리한 편의주의적 규제를 모두 철폐하는 일도 선행조건이다. 아울러 위드 코로나라는 말에 현혹돼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도록 국민을 계도하는 일도 중요하다.

각자의 건강은 각자 지키는 게 효율적이다. 예방접종,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은 내친 김에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자신뿐 아니라 이웃의 건강을 위해 바람직하다. 자율적으로 위생을 철저히 하는 생활습관은 다른 감염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크다. 식사 문화를 위생적으로 개선할 호기다. 개인 접시를 일상화하고 식사 중에 가능한 말을 하지 않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도 일례다. 코로나 사태가 느슨한 정신상태를 조여 주는 예방주사인지도 모른다. 불행한 역병을 사고의 전환을 통해 소중한 교훈으로 승화시킨다면 수명이 한 단계 더 늘어나는 계기가 될 터이다.

정부가 코로나 방역에서 손을 빼는 기회로 위드 코로나를 이용하는 일이 혹시라도 있어선 안 된다. 위드 코로나는 의료진, 격리병상, 치료제와 증상 해소를 위한 각종 약물 등의 충분한 확보가 그 전제이고 중증이든 경증이든 그 증상에 맞춰 치료받을 수 있는 대응체계가 선행요건이다. 위드 코로나는 평화롭게 함께 살자는 게 아니라 장기전으로 돌입한다는 말이다. 더욱 긴장하고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곧 겨울철이 시작될 텐데 독감과 코로나 5차 유행과 맞물려 어려운 국면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드 코로나 체제로의 전환이 늦은 것인지도 모른다. K-방역 성과의 자화자찬에 도취돼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자만한 점이 큰 실책이다. 11월은 늦지만 계절도 맞지 않다. 위드 코로나 전환 시점을 환절기를 피해 조정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 늦은 것보다 시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백신의 효력 개선과 효과 좋은 치료제 개발에 따르는 이득도 계산해 볼 일이다.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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