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가 쉬운 바이러스는 백신으로 예방하는데 한계가 있다. 백신 개발보다 변이가 한 발 앞서가기 때문이다. 독감 바이러스도 수시로 변이하기 때문에 그 해 유행할 변이 병원체를 예측해서 그에 맞는 백신을 투여할 뿐 완벽하게 예방하는 것은 힘들다. 코로나 백신도 마찬가지다. 애초 집단면역은 기대난망이었는지 모른다.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고 델타 변이 유행은 예견된 상황이었을 법하다. 올바른 정보를 주지 않고 백신 접종만 제대로 하면 코로나를 정복할 수 있다는 듯이 홍보한 점은 기만이다.
물론 변이가 된다하더라도 백신을 맞으면 위중증률과 치명률이 떨어질 것이므로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맞는다. 하지만 코로나가 변이를 통해 백신을 비켜갈 수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밝히지 않고 백신 접종만 하면 만사형통이라는 식으로 몰고 간 것은 미필적 고의로 국민을 우습게 본 증좌다. K-방역의 성공을 자랑하면서 백신 접종만 끝나면 집단방역에 도달할 수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성급한 오판이었다. 곧 일상으로 돌아가리라 기대했던 선량한 국민에게 경과를 소상히 해명하고 사죄할 일이 있다면 사죄해야 한다. 위드 코로나란 낯선 말로 본질을 가리고 국면전환을 꾀하는 모습은 떳떳하지 못하다.
위드 코로나가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사전 대비를 철저하게 해야 혼란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규제 위주의 일방적 방역정책에서 방역과 치료라는 이원적 체계로의 전환이 화급하다. 정부는 방역의 고삐를 놓지 말아야 하며 감염자가 급증할 수 있는 상황에 대응한 효율적인 의료시스템을 주도면밀하게 구축해둬야 한다. 위드 코로나는 방역과 치료에 만반의 태세를 갖추는 일부터 선행해야 하는 선택지다. 영업시간 제한, 사적 모임의 인원제한, 각종 영업제한 등 불합리한 편의주의적 규제를 모두 철폐하는 일도 선행조건이다. 아울러 위드 코로나라는 말에 현혹돼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도록 국민을 계도하는 일도 중요하다.
각자의 건강은 각자 지키는 게 효율적이다. 예방접종,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은 내친 김에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자신뿐 아니라 이웃의 건강을 위해 바람직하다. 자율적으로 위생을 철저히 하는 생활습관은 다른 감염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크다. 식사 문화를 위생적으로 개선할 호기다. 개인 접시를 일상화하고 식사 중에 가능한 말을 하지 않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도 일례다. 코로나 사태가 느슨한 정신상태를 조여 주는 예방주사인지도 모른다. 불행한 역병을 사고의 전환을 통해 소중한 교훈으로 승화시킨다면 수명이 한 단계 더 늘어나는 계기가 될 터이다.
위드 코로나 체제로의 전환이 늦은 것인지도 모른다. K-방역 성과의 자화자찬에 도취돼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자만한 점이 큰 실책이다. 11월은 늦지만 계절도 맞지 않다. 위드 코로나 전환 시점을 환절기를 피해 조정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 늦은 것보다 시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백신의 효력 개선과 효과 좋은 치료제 개발에 따르는 이득도 계산해 볼 일이다.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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