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플이 포항에 투자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최고 혁신기업으로 평가받는 애플의 포항 투자 소식에 포항 시민은 물론 경북 도민, 대구 시민 모두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애플이 어떤 기업인가. 1976년 스티브 잡스가 창업한 미국에 본사를 둔 IT기업으로 시가총액이 2천95조 원(2021년 8월31일 기준), 기업가치 세계 1위의 다국적 기업이다. 그리고 그들이 내놓는 제품은 스마트폰에서 노트북, 스마트패드, 스마트시계 등을 망라해 하나같이 같은 종류의 타사 제품에 비해 비싼 가격임에도 소비자들에게 최애품으로 선택받는다.

왜 그럴까. 그들의 뛰어난 제품 디자인 능력이나 마케팅 솜씨 등을 우선 꼽지만, 그와 함께 스티브 잡스가 심어 놓은 애플 제품만이 가진 특별한 이미지도 분명 여기에 한몫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도전 정신과 기존의 것을 다르게 바라보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시각이 세계인을 열광하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애플의 포항 투자는 그래서 더욱 반갑고 기대감을 키운다. 지금 지방의 현실이 위기임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런 만큼 애플 투자는 위기를 돌파해 나갈 수 있는 혁신적 아이디어 찾아내고 또 이를 밀고 나갈 수 있는 도전 정신의 DNA를 현장에 접목할 기회라는 점에서 희망을 품게 한다.

지방은 노인들이 많고 젊은이들이 적은 인구 구조에다 출생아마저 매년 줄어들면서 일부 지역은 소멸 위기에 처해 있고, 대다수 지방 도시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기회만 되면 수도권으로 떠나려 한다. 그나마 남은 젊은 층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정작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실을 뻔히 보면서도 누구 하나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북도와 포항시, 포스텍 등에 따르면 애플은 이번에 ‘제조업 R&D 지원센터’와 ‘SW 개발자 아카데미’ 설립을 위해 올해부터 시작해 2023년까지 3년간 650억 원, 최대 1천억 원을 투자하고 이를 포스텍과 공동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포항시에서는 이번 애플 투자로 고용유발 9천670명, 생산유발 1조4천764억 원, 부가가치 7천110억 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거란 전망을 하고 있으며, 또 포항이 글로벌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경북도 역시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당장 지역의 1천200여 개 중소기업들이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애플과의 협업이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이고, 여기다 이 과정에서 애플의 창조적인 기업 DNA가 현장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 관찰하고 체험하는 기회는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을 거란 분석이다. 또 애플 투자가 지역에서 청년들의 스타트업과 벤처 창업 분위기를 불러일으킬 거란 전망도 있다.

물론 애플의 투자만으로 당장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불공정 행위를 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돼 이를 무마하는 차원에서 포항 투자를 결정했다는 사실이나, 이익이 나지 않으면 언제든 사업을 철수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일반적인 행태를 볼 때 경북도나 포항시가 희망가만 부르기에는 분명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그래서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하다. 그 첫 단추는 애플이 조만간 시작할 현지화와 지역혁신생태계 구축 작업일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경북도와 포항시, 포스텍 등도 여기에 참여할 거라 한다. 애플의 창의적 마인드가 지역기업들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게 하는 방안이 뭘지 지역에서도 함께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더불어 기대치를 한껏 높이자면 포항이나 경북이 앞으로 애플의 밸류체인 네트워크에 들어갈 방안은 없는지, 또 SW 개발자 아카데미를 통해 육성된 ICT 인재들이 지역기업들과의 협업뿐 아니라 스스로 창업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처음 계획 단계부터 이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길 바란다.

덧붙인다면 애플 투자를 계기로 포항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기업 유치에 대한 시야를 확장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애플이 포항의 강점을 찾아냈듯이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글로벌 기업이 또 있지 않겠는가.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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