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이 2018년 이성자 화백의 위작을 소장해 망신을 당하고도 여전히 작품 1만여 점 가운데 1천300여 점에 대한 진품보증서를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대구 북구을)이 국립현대미술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은 현재 소장하고 있는 1만624점 가운데 회화 833점 등 총 1천330점에 대해 진품보증서를 갖고 있지 않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18년 소장하고 있던 이성자 화백의 그림 ‘숨겨진 나무의 기억들’이 위작으로 드러나면서 소장 작품 전반에 대해 진품여부를 확인하고 작품수집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미술작품의 작가 사망 등 진품보증서를 확보할 수 없는 특별한 경우를 인정하더라도 작품감정보증서(혹은 작가확인서)가 없다는 것은 엄밀히 말해 진품인지, 위작인지 알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작품 가운데는 이중섭, 김환기, 백남준 작가의 작품도 35점이나 포함돼 있어 만약 위작 시비에 휘말릴 경우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립현대미술관은 2019년 이후에도 진품보증서가 없는 작품을 구매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2019~2020년 구매한 작품 가운데 개인 및 화랑으로부터 구매한 6점에 대한 진품확인서(작가 및 유족확인서)도 뒤늦게 확보했다. 진품보증서가 없다면 구매를 중단해야 하지만 작품수집 규정을 어기고 구매한 것이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대표미술관의 권위가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미술관의 권위는 진품 소장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올해 내 전 작품에 대한 진품보증서를 구비하거나 진품여부를 감정하고 향후 기증을 포함한 작품구입 매뉴얼도 즉각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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