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의 힘, 지역예술가 〈14〉 박소라 설치예술가||인간의 신체가 입을 수 있는 의복에

▲ 박소라 설치 예술가.
▲ 박소라 설치 예술가.
‘인간의 몸(Body)과 웨어러블(wearable, 입을 수 있는) 디자인.’

언뜻 어렵거나 난해하게 들리겠지만, 몸과 긴밀하게 이어진 전자기기인 ‘애플워치’나 ‘체성분 측정 디지털 체중계’ 등이라고 하면 와닿을 것이다. 착용하고, 사용하면서 우리의 몸이 현실 공간에서 디지털 세계로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박소라(30) 설치예술가가 추구하는 작업 세계관이다.

박소라 작가는 “웨어러블 디자인의 심미적, 개념적인 요소를 시작으로 어떻게 우리의 신체가 기술과 상호작용하는지, 어떻게 우리의 몸 이미지와 신체 정보가 게임 공간과 같은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 자주 볼 수 있는 일상 용품이 가진 사용성, 기능성 등에서 호기심을 갖는다. 그래서인지 인간의 소비문화 안에서 한 부분인 의복, 게임, 헤드기어 등에 관심을 둔다.

특히 옷을 입는 등 몸의 기능적 요소에 주목한다.

게임을 자주하고, 좋아하던 그가 캐릭터 의복형 아이템에서 영감을 받은 것에서 작업은 시작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입을 수 있는 옷에만 집중하다 디지털이 접목해 게임 아이템 의상으로 발전한다.

3D프린팅 디지털 제작과 세라믹인 전통적 제작 방식을 혼합해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점점 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만의 독특하지만 확고한 작업 세계관을 이어나가고 있다.

▲ 박소라 작, ‘당신의수면을디자인하세요’
▲ 박소라 작, ‘당신의수면을디자인하세요’
▲ 수창청춘맨숀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 단체전에 설치된 박소라 작가의 작품.
▲ 수창청춘맨숀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 단체전에 설치된 박소라 작가의 작품.
박 작가는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대구가 고향인 그는 고등학교까지 대구에서 지내다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갔다. 동국대 미술대학 서양화와 서울대 서양화를 전공하고, 지난해 11월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교 순수미술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올해 귀국 후에는 영국에서 매년 현대 미술을 이끄는 유망한 신진 작가를 선정하는 블룸버그 뉴컨템포러리즈(Bloomberg New Contemporaries) 2021년 작가로 선정됐으며, 서울 소마미술관 드로잉 아카이브 등록 작가로 뽑히는 영예도 안았다.

▲ 박소라 작가가 지난달 대구예술발전소 윈도우 갤러리에서 열린 ‘수창동 스핀오프’ 개인전에 참여했다.
▲ 박소라 작가가 지난달 대구예술발전소 윈도우 갤러리에서 열린 ‘수창동 스핀오프’ 개인전에 참여했다.
귀국 후 자연스레 서울에 거주지를 잡았지만, 고향이자 본인의 작업이 돋보일 탐나는 문화 공간이 많은 대구에서도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수창청춘맨숀에서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 단체전과 대구예술발전소 윈도우 갤러리에서 열린 ‘수창동 스핀오프’ 개인전에 참여했다.

특히 24시간 개방된 야외 전시였던 스핀오프 전에서는 ‘Connect-Disconnect-Reconnect’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지난해 런던에서 졸업 전시회를 통해 보여준 작업 ‘Smile!’을 새롭게 발전시켜 만든 것이다.

박 작가는 “이 작품은 현대 웨어러블 디자인과 게임 디자인의 심미적인 요소에 영감을 받아 가상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조각적 모델로서 제시했다”며 “게임 인벤토리와 같은 상상적 디지털 공간을 전시장 쇼 윈도우라는 실제 공간 안에 재구축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윈도우 공간에 맞춘 철제 프레임을 통해 마치 게임 공간을 현실에 가져온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한 첫 시도인 것이다.

현대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게임 아이템의 연관성을 모티브로 결국 성형, 라이브 코칭, 자기 개발 등을 통해 사람의 몸이 계속해서 개발돼야 하는 대상이 돼버린 현실을 말한다.

이어 그는 오는 10일까지 수성아트피아에서 ‘아이템 인벤토리’ 개인전을 개최한다.

전시에서는 기존에 해온 작품을 바탕으로 게임 공간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게임 아이템과 의상 등 디지털 그래픽 요소들을 전통적인 재료인 세라믹으로 재구성해 소개한다.

끝으로 그는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디지털 작업을 세라믹과 같은 수공예적 전통 방식에 혼합한 작품으로 세계관을 넓히겠다”며 “올해가 학생 신분을 벗고 귀국 후 작품 활동을 하는 첫해였지만 실험적인 작업을 많이 했다. 계속해서 실험적인 작품과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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