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휴먼 리소스<60>조준호 택시기사

▲ 대구 택시 친절왕 조준호씨가 5년 연속 친절택시기사로 선정된 비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대구 택시 친절왕 조준호씨가 5년 연속 친절택시기사로 선정된 비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택시는 취업의 종착역으로 불린다. 여러 사정으로 정상적인 취업이 힘들어졌거나,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택시업계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오랜 기간 ‘불친절’ 이미지가 덧입혀지면서 도시철도, 시내버스 등에 밀려 그 역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편견과 오해에 온몸으로 맞선 대구 택시기사가 있다. ‘택시 친절왕’으로 꼽히는 대동운수 조준호(71)씨 이야기다.

조씨는 올해로 9년 차 택시기사다. 지금껏 그가 태운 승객만 6만여 명, 달린 도로는 지구 10바퀴(약 40만㎞)에 달한다.

그는 대구시에서 2016년부터 시행 중인 ‘친절택시기사’에 5년 연속 선정됐다. 5년 연속 선정된 기사는 조씨를 포함해 대구지역 전체 1만6천여 명의 기사 중 21명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교통연수원에서 대구 법인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친절하면 모두가 행복해요’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작은 관심도 오지랖이 되는 세상에서 그는 소통과 치유의 언어를 통해 승객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자 애쓴다.

나는 승객마다 “어서 오세요. 제 택시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등 승객 맞춤형 인사로 긍정 에너지를 전파한다.

조씨의 택시에는 항상 빵, 우유, 피로회복제 등 먹거리가 상시 구비돼 있다. 식사를 거른 승객이 탑승할 경우 제공하는 용도다.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대비해 우산도 5개 이상 트렁크에 넣어 다닌다. 지금까지 승객에게 배부한 우산만 100여 개에 달할 정도다.

그의 친절이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어느 날 그의 명함을 가져갔던 승객에게 오전 2시께 연락이 왔다. 승객은 대뜸 살려달라고 했고, 잠자리에 들려고 했던 조씨는 망설임 없이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집에 쓰러져 있던 승객을 택시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 후로도 한 달 가까이 승객의 대리 보호자가 됐다. 해당 승객은 알콜 금단증으로 위독한 상태였다. 그의 노력으로 승객은 건강을 되찾았다.

그는 택시기사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첫째도 둘째도 ‘정직함’이라고 강조했다. 택시의 주 고객층인 외지인들에게는 택시기사가 곧 대구의 첫인상이라는 점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조씨는 “작년에 폴란드 출신 승객을 태웠다. 요금이 6천300원 나왔는데, 우리나라 화폐가 익숙하지 않았던 지 1만 원짜리 7장을 내밀더라”면서 “바로 돌려드리고, 거스름돈까지 드렸더니 그분이 행복해하던 표정이 기억난다. 몇 푼 더 벌겠다고 양심을 버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의 정직함은 외국인에 한정되지 않는다.

항상 승객에게 목표지로 향하는 다양한 코스를 설명한다. 간혹 학생들이 너무 먼 거리를 택시로 이동할 경우 지하철을 이용하라고 조언해주기도 한다.

그는 항상 승객을 내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대한다. 비록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지만, 가족처럼 진정성 있게 대한다면 대구에 대한 좋은 기억을 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조씨는 “택시기사는 불친절하고, 난폭운전을 일삼는다는 오랜 편견을 깨뜨리고 싶다”면서 “코로나19로 택시업계가 많이 힘들다. 그래도 여유를 갖고 타인을 배려한다면 다시 좋은 날이 올 거라 믿는다. 택시기사라서 행복하다”고 밝게 웃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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