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군의 대구 편입을 위한 ‘경상북도 관할 구역 변경(안)’이 결국 돌고 돌아 다시 경북도의회의 손에 넘어왔다. 공을 넘겨받은 도의회는 10월14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를 다시 표결 처리하기로 했다.

경북도의회로서는 이런 상황이 된 게 탐탁지 않은 분위기지만, 또한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에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전체 도의원들이 무기명 투표를 통해 ‘의견 없음’이라는 결과물을 내놓은 게 지난 9월2일, 불과 한 달여 전이지만, 내년 대선(3월)과 지방선거(6월) 전에 군위 대구 편입을 뒷받침할 법률안 개정이 이뤄지려면 10월 중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안팎의 여론을 수용할 수밖에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군위 대구 편입안이 지역민들의 염원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과 연계돼 있다는 사실도 도의회로서는 시간을 지체하거나 늦추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경북도의회에 따르면 경북도의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이 지난 8일 연석회의를 열고 ‘경상북도 관할구역 변경(안)에 대한 의견 청취의 건’을 13일 도의회 행정보건복지위원회 심사 후 다음날인 14일 본회의 임시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또 이날 회의에서는 처리 일정과 함께, 무기명 기명 등의 투표 방법, 의견 재청취 안건에 대해 수정안이 나올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의 거부 입장 표명과 도의회의 재투표 결정이 채 일주일이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이뤄졌지만 그사이 도의회에서는 급박한 움직임이 있었다. 정부의 변경안 반려 의사가 알려진 직후만 해도 도의회에서 10월 중에 다시 투표를 통해 찬성 입장을 결정한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며칠 새 분위기가 반전했다.

10월 처리는 도의회 회의 규칙 등을 고려할 때 물리적으로 어렵고 11월 정기회에서 처리하는 게 맞는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는 얘기들이 도의회 주변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군위군과 의성군을 중심으로 한 여론의 압박과 내년의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한시라도 법안의 빠른 처리가 필요하다고 보는 경북도와 대구시에서 도의회를 상대로 설득에 나서면서 다시 분위기가 급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당사자인 군위지역에서는 물론이고 통합신공항 공동유치지역인 의성군에서도 도의회에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군위 군민들은 이미 9월28일부터 연내 대구 편입을 촉구하는 1만 명 서명운동에 돌입한 상태였고, 그동안 침묵해왔던 의성 군민들도 통합신공항이전지원위원회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며 도의회를 입박했다. 의성군민들은 ‘약속된 군위 대구 편입이 빨리 추진돼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중앙정부와 대구시,경북도 등 관련 기관은 공동합의문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국 10월이냐, 11월이냐를 두고 며칠 동안 오락가락하던 도의회는 지역 여론에 밀린 인상이긴 하지만 변경안 처리를 10월14일 임시회에서 다시 투표하는 것으로 결정하며 논란을 일단락 지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도의회와 시의회의 찬성 의견을 포함한 대구시와 경북도의 관할구역 변경 건의서를 받는 대로 빠르면 이달 내로 후속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속 절차로는 입법예고 및 법제처 심의, 국무회의 통과, 국회 본희의 상정, 법률안 공포 절차 등이 남아 있다.

◆ 행안부 거부와 경북도 움직임

10월3일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영만 군위군수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군위군의 대구 편입안을 신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세 단체장은 ‘행안부의 국회 설득 과정에 힘을 보탤 테니 도의회 찬성 의견 없이 이대로 입법을 추진하자’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행안부에서 난색을 보였다. 경북도의회의 찬성 의견이 빠진 상태에서 입법을 추진하게 될 경우 국회 입법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면서 경북도의회의 명확한 입장을 받아 다시 건의서를 내 줄 것을 세 지자체에 요구했다. 앞서 경북도의회는 9월2일 열린 본회의 전체 의원투표에서 군위 대구 편입안에 대해 찬성, 반대 의견을 모두 불채택하고 ‘의견 없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행안부의 편입안 입법 추진 거부로 당장 마음이 급하게 된 쪽은 경북도였다. 곧바로 도의회에 의견 재청취 안건을 제출하려고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부 도의원들의 분위기가 여전히 변경안 찬성에 호의적이지 않았고 재청취 투표에서도 불채택이라는 결과가 나올 경우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도 해야 했다.

그 결과 경북도는 일단 도의회를 상대로 내부 조율에 먼저 들어갔고 도의회 의장단 회의가 이뤄지기 하루 전인 지난 7일에야 의견 제시를 요청하는 안건을 도의회에 다시 공식 제출했다. 또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8일 도의회 의장실을 찾아 의장단과 상임위윈장단 회의에서 변경안 의견청취 건이 이번 임시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 도의회의 ‘의견 없음’ 결정

군위군의 대구 편입 문제는 지난해 7월 처음 공론화됐다. 당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공동후보지(군위소보-의성비안) 선정 과정에서 공동유치 신청의 조건으로 제안된 군위 대구 편입안에 대해 경북도와 대구시 등 관련 단체장과 지역 국회의원 전원, 대구시의회 및 경북도의회 등 지방의원들이 공동합의문에 서명하면서부터다.

이후 대구시와 경북도, 군위군은 통합신공항 이전지 결정이 나자마자 곧바로 행정구역 변경을 위한 절차를 하나씩 밟아 나가기 시작했다. 군위군이 편입 계획안을 만들어 대구시와 경북도에 제출했고 시, 도는 이를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에 넘겨 의원들의 의견 청취 절차를 밟게 했다.

그런데 경북도의회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무난하게 통과될 거란 예상을 깨고 경북도의회는 9월2일 열린 본회의 투표에서 ‘경북도 관할구역 변경에 대한 의견 제시의 건’에 대해 ‘찬성,반대 의견 모두 불채택’이라는 결과물과 함께 ‘의견 없음’이라는 생소한 결론을 낸 것이다.

당시 고우현 경북도의회의장은 “군위 대구 편입안과 관련해 도의회는 투표를 거쳐 의견을 내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런 결과 또한 도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만큼 집행부에 의견을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도의회는 소관 상임위인 행정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군위 대구 편입 안건에 대해 찬,반 4대4 동수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결과가 나오자 당시 지역에서는 도의회가 정치적 책임을 피하려고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도의원 53명이 불과 1년 전에 찬성 서명까지 한 사안에 대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 메인사진-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영만 군위군수가 10월3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군위군의 대구 편입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행안부가 입법 절차를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
▲ 메인사진-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영만 군위군수가 10월3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군위군의 대구 편입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행안부가 입법 절차를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
▲ 서브사진1-대구시로의 편입을 염원하는 군위 군민들이 지난 8월 읍내 일원에서 경북도의회의 편입안 찬성을 촉구하는 자전거 행진을 벌이고 있다.군위군청 제공
▲ 서브사진1-대구시로의 편입을 염원하는 군위 군민들이 지난 8월 읍내 일원에서 경북도의회의 편입안 찬성을 촉구하는 자전거 행진을 벌이고 있다.군위군청 제공
▲ 서브사진2-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들어서게 될 군위소보·의성비안 신공항 부지.군위군청 제공
▲ 서브사진2-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들어서게 될 군위소보·의성비안 신공항 부지.군위군청 제공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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