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장려상-김영욱 ‘모포(牟浦)줄을 찾아서’ 수상소감

발행일 2021-10-24 17: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훌쩍 떠났습니다. 자주 홀로 길에 나섰습니다. 무엇인가에 홀린 듯이 걸었습니다. 편리한 인터넷 지도 덕분에 어디든 찾아가기 쉬웠습니다. 그렇게 포항을 가고, 안동을 가고, 청송을 가고, 경주를 갔습니다. 가는 곳마다 이야기가 있고, 가는 곳마다 마음이 바빴습니다. 좀 더 많은 것이 보고 싶었고, 좀 더 깊숙이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둘을 동시에 하기에는 시간적인 제약이 따랐습니다. 극복하기 위해 공부를 했습니다. 책을 읽고, 검색을 하고, 글로써 정리를 하는 과정을 통해 이야기의 윤곽이 조금씩 분명해졌습니다.

오래 전엔 훌륭한 이야기꾼이 되고 싶었습니다. 진정한 이야기꾼이라면 발품을 팔아 고생하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각각의 지역이 품고 있는 이야기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여야 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꺼리를 궁극의 제 것으로 가공해내려면 머리도 써야 했습니다. 하지만 만만치 않았습니다. 긴 이야기를 쓰기엔 엉덩이가 무겁지 않고, 호흡이 짧았습니다. 결국 애초의 꿈은 잠시 접었지만, 보고 듣고 느낀 걸 스케치해두는 걸 게으르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습니다.

‘모포줄’은 배꼽과 탯줄에 대한 관심에서 찾아가게 됐습니다. 전래돼 오는 행사가 있다는 정보를 알아내자마자 철저한 준비도 없이 떠난 짧은 답사였습니다. 배꼽과 탯줄에 대한 우리 문화와 배꼽을 지닌 해상포유류의 생태를 좀 더 파헤쳐보고 싶었지만, 결국엔 ‘모포줄다리기’는 직접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완의 여행을 기록해두고 싶었습니다. 오늘의 저를 있게 해준 배꼽과 탯줄의 먼 역사를 더듬어본 여행 스케치를 읽어주시고 상까지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시 떠나겠습니다. 이번엔 좀 더 정확히 알아보고 몸으로 배울 기회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졸업

△인하대학교 한국학과 박사수료

△시간 강사를 거친 후 현재 동화 작가 및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에는 ‘시산맥’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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