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건강의 적, 일교차

발행일 2021-10-14 15:47:2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박광석 기상청장

높고 파란 하늘, 선선한 바람과 더불어 단풍까지 화려하게 물드는 완연한 가을이 되면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져 따뜻함과 시원함 사이에서 사소한 고민들이 생기게 된다. 요즘 MZ세대를 중심으로 성행하는 줄임말의 하나인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찬바람이 부는 추위에도 얼음이 가득한 시원한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온 말이지만,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절기인 한로가 지난 지금쯤이면 서서히 따뜻한 커피의 인기가 높아져 메뉴 선택에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아침에 집 밖을 나설 때도 외투를 하나 더 걸칠까, 가볍게 나갈까를 두고 옷장 앞을 서성이기도 한다. 가을은 맑은 날이 많아 야외활동하기 좋은 계절이지만 큰 일교차가 의외의 복병이 돼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준다.

‘일교차’란 모든 기상요소에 대해 하루 동안에 관측된 최댓값과 최솟값의 차이를 말하지만, 보통 ‘일교차’라 함은 기온의 일교차를 의미하고, 이는 기후의 지표로서 매우 중요하다. 이런 일변화는 지구가 자전하면서 낮과 밤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계절과 무관하지만, 특히 가을이면 일교차가 주의해야 하는 기상현상으로 떠오른다. 여름이 지나 점점 서늘해지는데다 맑고 건조한 날이 많은 가을철 기상특성이 한 몫 하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에너지를 받는 것만큼 밤이 되면 다시 지구가 열을 방출하게 되는데 구름없는 맑은 날이면 우주공간으로 빠져나가는 지구복사에너지가 많아 밤사이 기온이 구름 많은 날에 비해 더 낮아지고, 낮동안은 햇빛이 비쳐 지면이 가열돼 기온 차이가 더욱 커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가을철(9~11월) 일교차는 최근 10년(1991~2020년), 62개 지점 평균 10.9℃이다. 또한 10℃ 이상 큰 일교차가 발생한 일수는 52.5일로 나타났다. 월별로 보면 10월이 20.5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봄철인 4월이 20.2일로 일교차가 큰 시기이다.

장소로는 지표 바로 위, 습윤지역보다는 건조한 곳에서 일교차가 크다. 이를 지역으로 넓혀보면 해안보다 내륙에서 큰 일교차를 보이는데, 가을철 일교차가 10℃ 이상 크게 벌어지는 곳은 의성, 제천, 금산, 봉화 같은 내륙으로 70일 이상 나타났고, 반대로 여수, 인천, 부산, 제주 등 해안가는 20일 이하로 적었다.

한편, 도심보다는 교외에서 일교차가 더 크게 나타난다. 이는 도심 내의 열섬현상으로 야간에 건축 구조물이나 아스팔트 등이 낮 동안 태양열을 흡수했다가 밤이 되면 다시 방출하면서 야간 기온 하강을 억제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10℃ 이상 큰 일교차는 자연스러운 기상 특성이지만, 최근 30년을 다시 10년 단위로 나눠서 비교해보면 일교차에서도 기후변화를 찾아볼 수 있다.

1990년대에 비해 2010년대에는 11.3℃에서 10.4℃로 일교차가 0.9℃ 감소했고 10℃ 이상 일교차 발생 일수도 최근 10년에는 1990년대에 비해 49.0일에서 56.2일로 7.2일 감소해 가을철 일교차가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가을철 일교차 감소의 원인은 무엇일까? 최근 30년 동안 가을철의 연대별 최고 기온은 약 20℃로 큰 변화 없이 비슷한 경향을 보였으나, 최저 기온은 뚜렷한 상승 경향으로 1990년대에 비해 최근 10년이 0.9℃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가을철 일교차의 뚜렷한 감소 경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가을철의 상대적으로 큰 일교차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신체는 외부온도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절기의 건조한 공기와 급격한 일교차는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각종 질병에 쉽게 노출되게 한다. 특히 코점막, 기관지가 건조해지면서 각종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해 감기, 알레르기성 비염 등 호흡기계 질환과 안구건조증 등이 증가하고, 심장과 혈관 기능을 조절하는 교감-부교감 신경의 균형이 깨져 혈관이 갑자기 과도하게 수축되면서 심혈관계에 무리를 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가을철 환절기의 10℃ 이상 일교차 발생 빈도와 일교차에 따른 관련 질환 사망자 수에 관한 통계에서 월별 추이가 서로 유사한 패턴이 나타난 것으로도 입증된다고 한다. 이것이 일교차가 크지만 신체적 적응은 아직 마치지 못하는 시기인 가을철 환절기에 특히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은 만성질환자가 건강관리를 더 각별히 해야 하는 이유이다.

기상청에서는 일교차 등을 활용해 연중 천식폐질환가능지수 및 뇌졸중가능지수와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감기가능지수 등 각종 보건기상지수를 날씨누리 홈페이지(www.weather.go.kr)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환절기 건강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최신의 기상정보를 잘 활용하고, 체온과 적절한 습도를 잘 유지하는 것이므로 이를 통해 슬기로운 환절기 건강하게 생활하시기 바란다.

박광석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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