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경력 가수들, 연령 높아 일 구하기 어려워||섭외 들어와도 행사 며칠 앞두고 취소 빈

▲ 한 대구지역 대중음악가가 지난 9일 오후 중구 동성로 일원에서 기타 케이스에 모금을 받으며 버스킹을 하고 있다.
▲ 한 대구지역 대중음악가가 지난 9일 오후 중구 동성로 일원에서 기타 케이스에 모금을 받으며 버스킹을 하고 있다.
대구에서 20년 이상 활동한 대중음악가 A씨는 올해 무대에 설 기회가 한 번도 없었다. 코로나19로 축제·행사들이 축소·취소되면서 섭외가 들어오지 않아서다.

코로나19 발생 전 A씨는 한 달에 2번 정도 공연을 했다. 공연 한 번에 60만 원가량의 개런티(출연료)로 생활을 이어왔다. 공연 비수기(1~3월)에는 아르바이트·일용직 등 잠시 일을 하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진 후에는 공연 출연 섭외가 없다시피 해 먹고 살기가 막막해진 A씨는 비수기가 아님에도 일을 구하기 시작했다.

A씨는 “지역 행사가 95% 정도 취소됐다. 나머지 5%도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며 “월세가 네 달 정도 밀려있는데 착한 집주인을 만나 그나마 독촉은 면하고 있다. 주변 분들의 유·무형의 도움 없이는 못 살아간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역 음악인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대구지역의 축제·행사가 축소되는 가운데 그나마 섭외된 행사도 돌연 취소되는 등 수입이 줄면서 생활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에 취소된 지역 대표적인 축제는 ‘2021 대구컬러풀페스티벌’, ‘수성못페스티벌’, ‘금호강 바람소리길’ 등이 있다. 매년 7월에 열리는 ‘대구치맥페스티벌’도 수차례 연기되며 개최가 불투명한 상태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대구연합회에 따르면 회원 중 절반가량이 경제적인 사유 등으로 음악을 포기했고 20%가량은 더 많은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진출해 이제 850여 명만 남았다.

특히 지역 음악인들이 기다려온 전국체육대회는 큰 실망으로 돌아왔다.

A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B씨는 구미에서 진행되는 전국체육대회 홍보 행사에 섭외돼 희망을 품고 있었으나, 개막 3일 앞두고 구미시가 공문을 내려 홍보를 취소했다.

B씨는 “이제는 섭외가 들어와도 취소되는 경우가 빈번해 기대하기보다는 조마조마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주변 음악인들도 모두 다른 일을 찾았거나 찾고 있으며 음악이 부업이 됐다”며 “나도 주업이 음악이었으나 이제는 부업으로 주객이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대중음악가가 되고자 했던 대학생 C(29)씨도 이제는 꿈을 접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C씨는 코로나19 전 밴드에 속해 버스킹·공연 등을 하며 수익을 올렸다. 한때 섭외가 많아 몸을 혹사시키면서까지 공연을 돌아다니며 한 달 300여만 원을 벌어들인 적도 있었다.

적당한 공연 수입과 건강을 유지하고자 공연을 줄이는 대신 모자란 생계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음악가로서의 이름을 알려가고 있을 때 코로나19가 찾아왔다. C씨의 밴드는 설 자리가 없어졌다.

결국 밴드는 해체됐고 모두 각자의 삶을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C씨는 “처음에는 코로나19가 이렇게까지 장기화될 줄 모르고 버텨봤지만 밴드 구성원 모두 20대 후반이어서 취업을 하느냐 마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었다”며 “음악가의 길은 안 그래도 불안정한데 코로나19까지 발생했으니 끝내 취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유현제 기자 hjyu@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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