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엽 편집부국장 겸 정치부장
▲ 김종엽 편집부국장 겸 정치부장
여야 대선 후보들의 시계가 내년 제20대 대통령선거를 향해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딱 135일 남았다.

때를 맞춰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대선 최종 후보로 결정하고 대선 모드에 돌입한 상태다. 이에 경쟁 주자를 결정하기 위해 4명의 후보를 선출하고 본경선에 돌입한 국민의힘에 시선이 쏠린다. 당연히 후보 간 정책 역량 검증 및 공약 대결의 장인 토론회에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1차 예비경선 때부터 반복해 왔던 ‘내부총질’ 수준에 그쳐 경선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야당 후보로서 현 정권의 문제점이 뭔지를 정확히 꿰뚫고 차별화된 해법을 내놓는 경쟁에 전력을 기울여도 시간이 부족할 때 말꼬리 잡기식 정치공세 수준이어서 실망감만 안겨준다. 당연히 정책 제시는 뒷전이다.

더욱이 양강 체제를 구축한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막말공방과 말실수만 부각되고 있다. 이들은 일대일 맞수 토론에서도 도덕성과 자질 문제로 얼굴을 붉혔다. 홍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맞붙기 위해선 ‘도덕성 검증’은 필수라며 부인 김건희씨 등이 연루된 의혹을 집중 파고들었고, 윤 후보는 “4선인가 5선을 하고 지사까지 했으면 격을 갖추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정책 검증이 아닌 네거티브로만 일관했다는 비판이 일자 홍 후보는 “토론에서 똑똑한 사람을 뽑는 대선이 아니다”고 했지만 한 논객으로부터 “술 먹고 행인에게 시비 거는 할아버지 같았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부산 토론회 다음 날에는 장외 설전도 이어졌다. 윤 후보가 “선진국에선 5선 의원을 하다가도 한 번 쉬었다 다시 오면 초선이다”고 비꼬았고, 격분한 홍 후보는 “천지도 모르고 날뛰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것이 정치판”이라고 일갈했다. 지지층이 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정권교체에 대한 의지마저 의심케 한다.

이들은 다른 토론회에서도 제대로 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윤 후보는 대선 출마선언 이후 연이은 말실수로 정치권에서 ‘1일 1실언’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특히 지난 19일 ‘전두환 옹호’에 이은 ‘반려견 사과’ 논란의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만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한 윤 후보는 대구·경북 합동토론회 당시 경쟁 주자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았다.

이뿐만 아니다. ‘손바닥 왕(王)’자 논쟁은 제쳐두더라도 “집이 없어서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어보지 못했다”는 발언은 청약통장이 뭔지도 모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은 기업가의 시각에 치우친 구시대적 노동관이라는 우려가, “부정식품 선택의 자유” 발언은 국민의 건강권을 외면한 기득권 계급주의라는 지적이, “건강한 페미니즘” 발언에 대해서는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는 반박이 뒤따랐다.

홍 후보 역시 말실수는 오십보백보다. 경쟁후보를 겨냥해 “저 놈은 그때 우리 당 쪼개고 나가서 우리 당 해체하라고 지×하던 놈” “줘 패버릴 수도 없고”라고 했다. 거의 막말 수준이다. ‘조국 도륙’ 발언은 다른 주자들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이 ‘조국수홍’(조국을 수호하는 홍준표)이 됐다”는 성토가 나왔다. 예전에도 “거울이나 보고 분칠하는 후보는 안 된다”, “할 일 없으면 집에 가서 애나 봐라” 등 여성을 차별하는 취지의 발언으로 비호감 정치인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말실수란 따지고 보면 자질과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준비가 충분하게 갖춰 있지 않을 때 부적절한 어휘로 드러나게 된다는 게 학자들의 분석이다. 즉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덜 절제 되거나 덜 다듬어진, 한마디로 준비가 덜 된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선이 이렇게 우물 안 개구리 싸움으로 일관하며 흘러간다면 그 어떤 기대와 희망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선될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정작 유권자가 챙겨야 할 정책 이슈는 뒤로 밀린지 오래다.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막말공방이나 집안싸움은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부추길 뿐이다. 가뜩이나 민생고에 시달리고 있는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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