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거주시설인 대구의 한 재활원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모은 후원금이 문제가 되고 있다. 퇴직금을 중간 정산하며 지급한 금액의 약 40%를 후원계좌에 입금하게 했다는 것이다.

후원금은 자발적이어야 한다. 자발적으로 내기 어려운 사람에게 강요한 후원금은 기부가 될 수 없다. 그것은 ‘갑질’일 뿐이다. 퇴직금을 후원금으로 낸 직원은 퇴사자와 재직자 등 모두 20여 명이다. 1인당 350만 원~2천570만 원을 내 총 금액은 2억 원에 이른다.

퇴직금은 근로자가 퇴직 후 생계를 꾸리거나 재출발하는 토대가 된다. 뜻이 아무리 좋아도 퇴직금을 40%나 기부하게 한 것은 정상이 아니다. 근로의 대가가 이런 식으로 기부를 강요당해서는 안된다.

재활원을 관할하는 대구시와 북구청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행정관청이 사태 해결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피해를 입은 근로자들의 고통만 더 커져가는 형국이다.

북구의회는 지난달 12일 재활원을 방문해 직원과 원장을 면담했다. 면담 과정에서 퇴직자와 재직자 6명은 “강제 후원으로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또 재활원장은 “후원금을 최대한 돌려주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북구청은 지난 6월 재활원을 방문해 직원들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퇴직금 문제를 확인하고 대구시에 특별감사를 요청했다.

지난 7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구 장애인 사회복지시설 퇴직금 및 후원금 십일조 규탄’이란 글이 올라가기도 했다. 청원인은 “후원금 기부는 지난 2013~15년 3년에 걸쳐 후원동의서를 작성하게 한 후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후원금 반환은 진척이 없다. 대구시는 서류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시간만 보내는 상황이다. 북구청은 대구시에 해결 건의만 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조사 결과 강제 여부를 판단할 수 없었다. 현재로서는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후원동의서가 있고, 퇴직금을 받은 전체 직원이 아닌 일부만 기부에 참여했기 때문에 강요의 관계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같은 대구시 등의 판단에 따라 법인에서도 퇴직금 반환을 번복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고 한다. 피해자들만 남감한 상황이 됐다.

행정관청이 근로자들의 피해구제에 대해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후원금을 낸 당사자인 직원들이 강압이었다고 주장한다. 또 퇴직금의 40%를 기부금으로 받아서 안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후원금이 반환돼야 할 명백한 이유다. 대구시와 북구청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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